청개구리

감정의 조각(3)

by 와이키키

좋은 일이 있다 싶으면 그렇게 몸가짐이 가벼울 수가 없다. 으레 예측가능한 월급 이체 문자, 불판 위에 마지막 남은 고기 한점을 집는 순간은 물론 연애할 때 답변 기다리며 애간장을 태우다가 알림문자가 울릴 때도 내심 기쁜 마음에 이 순간을 놓칠세라 뭐든 재빠르게 행동한다.


반면, 불편한 일이 있다 싶으면 그렇게 몸돌림이 무거울 수가 없다. 못본척 눈을 질끈감아버리거나, 못들은 척 딴청을 피우며 심드렁해 한다. 인연 간 자연스러운 이별의 끝자락에서도 끝내 현실을 즉시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다 결국 상대방이 마침표를 찍고 나서야 비로소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누군가에 대한 불만이나 불편한 말은 가슴 속에서도 따끔거려 오래 머물지 못하고, 금방 입밖으로 내뱉어지기 일쑤이다. 가시 같이 내 가슴을 헤집던 말들은 내가 마주보던 다른 이의 가슴에 날아가 박힌다. 내 안에 가시 박힌 상처는 피를 내고 곪게 만들지만, 내 말을 받은 상대에게도 똑같이 상처를 입힌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쭈뼛거리며 남부끄러워 입밖에 나오지 못하고 가슴 속에 고이 모셔놓은 아름답고 좋은 말들은 너무 무겁다. 이래서 말과 행동은 서로 반대라고들 하나보다.


때때로 괜한 말에 심술이 나거나, 얕은 질투심에 진심 아닌 진심으로 상대를 마주하며 지나친 기회와 연결고리들을 단순히 인연(因緣)이 아니었다는 말로 치부하며, 스스로의 옹졸함을 감추고자 하는 허울은 이제 그만 벗어버려도 되지 않을까?


남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이해하기 전에, 나부터 나를 있는 그대로 품어주는 관용을 좀 더 베풀었다면, 그 깟 체면치래나 좋은 말을 한다고 상대를 얕잡아 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없었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 자신에 대한 나의 엄격한 잣대가 바로 그 원인이었다. 때때로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들여다보면,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우리집 네 살 아이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향한 엄격한 잣대가 결국 타인과의 관계를 서투르게 만들고, 진심을 숨기는 청개구리 같은 나를 만들었음을 깨닫는다. 이제 그 잣대를 거두고,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일 때가 된 것이다.


문득, 묵묵히 저녁을 준비하는 아내 뒷모습을 보며 자기 감정에 조차 서투른 사내를 감싸 안으려는 모습에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개구리.png Image by Chat 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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