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조각(1)
문득 블로그나 브런치 글들 중 글솜씨 요령이나 글짓기를 잘하는 방법에 관한 글들이 많이 보인다. 요즈음은 웹툰이나 웹소설의 유행과 더불어 글짓는 작가에 대한 진입 문턱이 상당히 낮을 뿐만아니라, 웹상에 글을 쓸 수 있는 글마당이 널려 있으니,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누구나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시대이긴 하다.
단, 글쓰기에 대한 개인적인 소견을 얘기하자면,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아무나 쓸 수 없고,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아무에게나 읽혀지 않는다. 이는 글쓰기에 주어진 자유가 하나의 굴레로 다가와, 마치 스스로 쇠고랑을 찬 느낌처럼 자유에 대한 억지력을 갖게 만든다. 다르게 말하면, 누군가를 마음 속으로 좋아할 수 있지만, 표현의 자유에는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글쓰기도 펜만 잡으면 머릿 속을 유영하던 언어를 실제의 언어로 표현하는데 쉽게 좌절하곤 한다.
과거 창문사이로 먼산을 보며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곤 했다. 저 산 너머에 무엇이 있기를 상상하기 보다는 저 산에 초점을 맞춰 시각적 심상을 최소화하고, 드문드문 떠오르는 내면의 생각을 꽃피워 보았다. 때때로 어느때보다 종교적이거나 철학적인 내밀함을 지닌 심상이 떠오를 때면 부리나케 노트북 앞에 가서 생각나는 글을 적어보곤 했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과 이를 현실세계의 글로 표현하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예전부터 느꼈던 것 같다. 수필이나 자전적인 글쓰기는 마치 내 마음속에 간직한 비밀이야기를 스스로 밖으로 끄집어 내는 듯한 용기를 요구한다고 느껴졌다. 내면에 키워온 사랑의 감정을 수줍게 고백하는 직접적인 방법이 아닌, 글로 표현하는 방법 또한 실제 펜을 잡아보면 첫 문장 쓰는데 그렇게 주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글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그러고 보면 글이라는 것은 글쓴이 내면의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 첫번째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읽는 이의 공감을 얻고자 하는 글도 있지만, 대나무숲처럼 일기장의 독백으로 남기는 이도 많지 않을까? 사실 수필 형식의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마음 속의 이야기를 쓰다보면, 개요나 짜임새, 어휘력과 같은 프레임이나 퀄리티에 덜 얽매이며, 생각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론 부족한 마음준비 탓에 아무리 조용한 시간이나 풍광 좋은 곳에 있어도, 전에 봤던 좋은 글을 써달라고 아내가 채근해도 한 문장도 쓰지 못하고 먼산만 바라볼 때가 많았다. 그래서, 스스로 허락되지 않은 글 앞에, 소위 필력이나 문장력 좋은 작가들의 글솜씨를 배우며 체득한다는 말이 쉽게 와 닿지 않을 때가 많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나서, 때때로 브런치 글들을 둘러보며 이렇게 대중들에게 내면의 고백을 하는 작가들의 용기에 새삼 놀라우며, 간간이 꼬순내 가득 풍기는 햅쌀밥처럼 맛깔나는 글솜씨로 글을 지어내는 실력에 경외감을 느끼곤 한다.
오늘도 어떤 글을 쓸지를 고민하며 자리에 앉았다가 문득 떠오른 글짓기에 대한 마음 고백을 해보았다. 마음이 통(通)할때면 글쓰기는 즐겁지만, 스스로 허락되지 않는 글은 마치 취기에 고백하는 술주정 같은 기분이다. 글쓰기를 업(業)으로 삼는 분들에게 다시금 놀라움과 존경심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