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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준 Oct 22. 2023

13화. 불붙은 섬 투어

 호텔에 조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간다. 어젯밤 긴장을 한 탓인지 아침 일찍부터 배가 고파 이것저것 한 접시 가득 담아 테이블에 앉는다. 어제 끝까지 옆에 붙어 자신의 차를 타고 가라고 한 그 기사 아저씨가 생각이 난다. 그 사람도 포기를 하지 않았기에 돈을 벌 수 있었고, 우리도 끝까지 포기를 하지 않았기에 이른 아침 식사를 가족이 오랜만에 같이 할 수가 있지 않은가. 하겠다는 의지는 이렇게 나이 하고는 관계가 없는 법이다. 살아가는 세상사에 어찌 편안하고 좋은 일만 있을까. 힘들고 어렵고 험한 일이 더 많은 법이다. 그럴 때 쉽게 포기하고 그만둔다면 이룰 수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작은 행복이지만 이루어지게 되는 법이다. 아마 그 기사 분도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웃음을 웃고 있을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산책을 하러 해변으로 향한다. 해변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가는 길 옆에는 각종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모두 일찍부터 문을 열고 분주히 움직인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바쁘지 않고 여유롭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은 간사한 것이다. 행복에 겨워 크게 웃는다. 발걸음도 가볍다.


 아, 이게 바로 끄라비인가! 해변에 도착하니 눈앞에 펼쳐지는 끄라비의 풍광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모래와 바다 그리고 섬들로 배열된 경치는 한 폭의 그림이다. 인간은 만들려 해도 만들 수 없는 오직 자연만이 할 수 있는 끄라비의 풍광. 해변 도로에 서서 한참을 바라본다. 눈에서 지워지지 않을 만큼, 충분한 기억을 남기려 눈에 담고 또 담는다. 다 담은 뒤에야 천천히 해변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끄라비의 섬 투어는 이 아오낭 비치에서 출발하는 배들에 의해 시작이 된다.


                                                    아오낭 비치에서 바라본 바다


 이 아름다운 섬들의 경치에 매료되어 영화도 여기서 많이 찍었다. 특히 유명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비치(2002년)'도 인근에 위치한 피피섬에서 촬영했다. '새로운 상황이나 낯선 사람들과 맺어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는 말처럼 이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는 누구나 그런 생각을 다 가질 것이다. 


 해변 끝에 있는 섬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구경을 해보려고 걸었던 발걸음이 이제는 돌릴 수가 없다. 가면 갈수록 눈앞에 다가오며 펼쳐지는 경치는 우리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였던 것이다. 깎아지른 암벽 사이로 나무 계단이 있고, 그 계단을 오를 때마다 작은 원숭이들이 장난을 치며 재롱을 떤다. 마치 별천지에 온 것 같다. 산등성이로 꾸불꾸불 난 작은 나무계단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이제는 내리막 길이 시작이 된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니 갑자기 저절로 눈이 커지며 입이 벌어진다. 아니 자연이 그렇게 만든다. 이럴 수가. 또 하나의 작은 해변이 숨어있다 나타난다. 아오낭 비치의 긴 해변과는 달리 작지만 너무 아담하고 예쁜 해변이 펼쳐진다. 한 순간에 의문이 풀린다. 암벽산에 의해 한 해변이 둘로 갈라져 있었던 것이다. 하나가 둘이고 둘이 하나이다. 마치 몸과 마음이 둘이지만 둘이 아닌 하나이듯. 여기에는 작은 리조트도 있고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몇몇 사람도 눈에 띈다. 중간에서 포기하고 돌아갔으면 몰랐을 것이고 못 봤을 것이다. 그래서 우린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뿌린다. 우리는 내일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네 개의 섬인 RAILAY/ TUB/ CHICKEN/ PODA, 끄라비 4 섬 투어를 세 사람 가격인 2,850 바트를 주고 예약을 했다. 그리고 커피숍 이층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부린다.


 배를 타고 바다 위를 달리며 가까이서 바라보는, 크고 작은 섬들은 또 하나의 진귀한 볼거리를 안겨준다. 정말 대단하고 하나하나가 전부 자연의 보물이다. 겉옷 안에 수영복을 입고 갔기에, 섬에서 수영도 하고 점심도 먹고 스노클링도 하며 모처럼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머릿속에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고 또 할려고도 애쓰지 않았다. 그저 지금의 행복한 순간과 즐거운 시간만이 소중했고 필요했다. 적어도 우린 그렇다.

배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리고 파도가 일었지만 행복이란 거대한 물결 속에 모두 잠겨버리고 만다. 


 아오낭 비치에 나이트 바자가 열리는 날이라 저녁을 거기에서 먹기로 하고 숙소를 나와 걸어간다. 벌써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가건물 이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가져온 음식들을 탁자 위에 놓는다. 때마침 노랫소리가 들리기에 쳐다보니, 나이가 있는 남자 가수가 무대에서 기타를 치며 흘러간 팝송을 부른다.

'Have you ever seen the rain'  CCR의 1970년도 노래인데 그 노래를 여기서 듣다니. 감개무량하다.


 행복은 크고 많고 귀함에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작고 적고 소박함 속에 더 많이 있는 법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린 웃고 떠들면서 똑같이 입으로 뱉는다. "너무 좋다. 내친김에 내일도 홍 섬 투어 가자!"

숙소로 오면서 우린 3,400 바트를 지불하고 예약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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