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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Apr 20. 2021

Wash out 그리고 리도카인 희석액 1

약을 더 때려 넣느냐, 몸안의 약을 씻어 내느냐

근육이 긴장하고 뭉쳐서 욱신거리는 것이 온몸에 펴져 관절이 아픈 것인지 근육이 아픈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다.


피부는  너무 팽팽히 당겨져 칼은 고사하고 샤워기의 물줄기만 살짝 닿아도 '쫘악'하고 벌어져 피가 솟구쳐 오를 것만 같다.


두통은 심한 두통 시에 먹으라는 마약 진통제가 소용 없어진 게 몇 주째가 됐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고 눈앞은 뿌옇게 형체만 보이는 게 다였다.

게다가, 너무 많은 약을 한꺼번에 먹는 탓에

나빠진 위장이 두통이 심해질수록 구역과 구토까지 덩달아 심해져 계속되는 구토에 위경련까지 수시로 일어나 하루에도 몇 번씩 변기통을 껴안고 몸부림을 쳤다.(언제 구토가 터질지 몰라 수시로 번쩍번쩍 광이 나도록! 냄새 하나 없이! 물기 한 방울도 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변기 청소에 공을 들여야 했습니다.)


너무 지친 몸에 따뜻한 물로 잠깐이라도 씻어주려 하면 망가진 '자율신경'이 발광을 해댔다. 잠깐 씻으며 덮어썼던 물보다 더한 땀을 쏟으며 체온과 혈압은 떨어지고 어지러움까지 심해져 조심한다 해도(조심한다고 예방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전조증상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거든요.) 아무데서나 기절해대기 시작했고 그건 다시 지독하고 끔찍한 CRPS통증발하는 시작점이 되었다.


집안에서도 바람 한 점 파고들새 없이 꽁꽁 몸을 싸매고 장갑까지 끼고 혹여 찬 바람이 스치기라도 할세라 찬 것을 무심결에 만지기라도 할세라 조심에 또 조심을 하지만 통증의 시작은 아차! 하는 순간을 놓치는 법이 없었다.

오늘도 여전히 잇몸을 녹여내는, 멀쩡한 치아를 금 가게 하고 부러지다 못해 바스러뜨리는 용광로 같은 불지옥에서 팔, 다리가 불타올랐다.


다른 여러 가지 독한 약들과 마약성 진통제로 절어 있던 몸은 어떤 약도 듣지 않을 만큼 지치고 예민해져 버렸.

통증을 잠재우려 먹는 진통제들로 몸은 더욱 독한 약을 원하게 됐고 진통제에 익숙해진 몸은 진통제를 먹기 위한 통증 발현시키기에 이르렀다.

 

버틸 만큼 버텼다. 이제 또 병원으가야 할 때가 된 . 지난번 입원 기간이 너무 짧았나 보다.




여러 가지 통증과 스트레스, 독한 약물로 인해 생기는 후유증으로 지칠 대로 지친 내 모습을 본 신경과 교수님은


'ㅇㅇ님. 너무 힘드셨죠! 지금 상태가 워낙 안 좋으셔서 이번엔 병원에 조금 오래 계시다 나가셔야 돼요! 또 3,4일 후에 조금 괜찮아졌다고 퇴원하신다고  고집부리시면 안 돼요. 제 마음 같으면 2주쯤 계시면 좋겠는데 벌써 일주일 넘었으니 일주일 정도만 더 계셔도 감지덕지할게요. 워낙 답답해하시니까..."

"네. 교수님. 지금 몸 상태 같아선 한 달이라도 있고 싶은데 아마 3.4일 지나서 좀 나아지는 듯하면 또 나가고 싶다고 난리 치겠죠.ㅎ ㅎ."


[스테로이드]

사실 스테로이드는 거의 만병 통치약에 가까울 정도로 어떤 병, 어떤 증상 이던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효과가 좋은 약이고 또 가시적으로 보이는 성과가 좋은 약에 속한다.


너무 지치고 모든 병의 컨디션이 며칠 정도의 입원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만큼 저조한 몸상태로 입원했던 나는 교수님의 제안에 정말 태풍이라도 부는 듯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아야 했다. 아픈 와중에도 걱정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딸 생각에 마음을 굳게 먹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진짜 여럿이 못볼꼴을 볼 수도 있었을 거였다. 이 미친 듯이 아픈 개 같은 상황만 벗어 날 수 있다면 우리 아파트 놀이터 미끄럼틀 꼭대기에 올라가서 요즘 역주행의 아이콘인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을 부르며 가오리 춤을 1,000번이라도 출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처방이야 말로 정말 일시적인 텐션 up을 노린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는 처방일 뿐인 데다 지금이 내가 모든 병의 초기였다면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기는 하다.

실제로 초기 몇 년간은 몇 달에 한 번씩 힘들고 지쳐 감당이 안돼 입원했을 때에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아 치료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미 두통은 앓기 시작한 지 34년이 넘어 난치에 가까워졌고 베체트병은 14년이 훌쩍 넘었다.
우울증 35년, 섬유근육통 14년, 목디스크 21년, 척추관 협착증 17년, 불면증 14년, 역류성 식도염 18년, 위염 26 년, CRPS(복합 부위 통증증후군) 8년,
자율 실조증 8년, 불안장애 5년, 부정맥 34
년, 뇌동맥류 -21년 수술.


교수님도 이 치료를 내가 쉽게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아셨는지 우리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주셨고 물론 우리는 조금 힘들어도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교수님은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몸에 쌓인 약물을 씻어내는 Wash Out을 하며 리도카인(마취제의 일종) 희석액을 정맥주사로 맞아 몸 전체의 통각(痛覺:의학- 고통스러운 감정이 따르는 감각. 피부의 자극이나 신체 내부의 자극에 의하여 일어난다.)을 낮추는 시술을 받기로 결정하고 우선 시술 예정 기간을 이주일로 잡았다.


이것 또한 말이 치료인 것이지 과정이 고통스럽기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고통과 그 고통을 멈추고자 하는, 약물에 절은 몸을 리셋시키는 로 다 할 수 없는 이 힘든 과정을 이제 글로 써 얘기해보려 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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