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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Jul 01. 2021

1일 1식? Nope! 1일 야식!!

몽유병(수면 보행증)-졸피뎀 부작용.

초여름이 다가오며 낮에는 점점 뜨거워지는 날씨가 한여름을 방불케 하지만 늦은 저녁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직도 차가운 기운에 서늘함마저 느껴지고 있는 요즘이다.


일기예보 앱을 수시로 들여다보지만 사실 그럴 필요도 없이 몸이 항상 말해 주고 있었다.

내일 비가 올 건지, 내일모레쯤 비가 올 건지, 아니면 오늘부터  내내 소나기가 지나갈 것인지. 고장 난 몸이 발광을 해대고 있다.

일기예보 앱에서 올리는 실시간의 예보 상황이 수시로 바뀔 만큼 변덕을 부리는 '대기의 불안정' 만큼이나 내 몸도 덩달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여러 가지 증상들과 사투를 벌이며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기복이 심한 일교차 덕분에 오한이 들듯 땀을 흘리며 몸은 열을 내지만 피부는 얼음을 품었다.


그렇게 두 달 반이 넘도록 시달림을 견디며  깊은 우울 속을 헤매고 이유 모를 불안감에 약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불면증도 심해져 약을 먹지 않고서는 단 10분 조차도 잠을 잘 수 없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어느 날부턴가 약을 먹어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하루라도 편하게 어지러운 꿈을 꾸지 않고 비록 짧은 시간이라도 푹 잘 수 있기를 바라게 됐다.




오늘도 오후 1시가 넘어 무거운 몸을 간신히 일으켜 세웠다. 침대가 늪이라도 되는 것 마냥 한쪽 팔을 지탱해 몸을 일으키면 다른 쪽 팔과 다리는 다시 푸근한 양털 이불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사라져 버린다. 여름이 다돼가는 이 시기에 아직도 무슨 양털 이불이냐 하겠지만 양털이불은 사시사철 사용할 수 있다. 통풍이 잘되고 습기를 머금지 않아 보송하게 잠자리를 유지할 수 있으며 나같이 찬기운이 맨살에 닿으면 치명적인 환자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침구다.

각설하고,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 나를 반기며 내 옆을 지키고 있던 콩이가 '와락' 하고 덤벼들며 무차별 뽀뽀세례를 퍼붓기 시작하자 거실에 있던 리아와 딸까지 아침인사? 혹은 waka up 인사라고 부르는 것을 하기 위해 침대로

몰려들어 함께 꽁냥 거리기 시작했다.(제가 일어나면 딸, 콩이, 리아 셋이 다 제 침대에 모여 침대가 터지도록 누워 엄마 냄새를 맡는다는 미명 하에 한놈은 끝없이 말하고 한놈은 끝없이 뽀뽀하고 한놈은 끝없이 만지라고 합니다.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시간 중에 속하네요. ㅎ) 그러던 중에 딸이 내게 물었다.


"엄마! 어디 다친 데 없어? 어젠 불도 썼더라.

그냥 있는 음식만 먹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엄마 역류성 식도염 심해져서 덜 먹을까 싶어 아일랜드 식탁에서 음식 치워둔 건데..."

"아... 도대체 뭘 먹었는데? 뭔 정신으로 불까지 썼어? 가스는 잠가 놨었지? 인덕션 쓴 거지? 잘못하다간 불 낸다. 음식 치워 놓으면 안 먹을 줄 알았더니. 이젠 해 먹네. 뭘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나고 맛도 모르고 일어나서 위만 묵직하고 아프고. 미치겠다. 진짜!!!"

"엄마 목소리도 이상해. 자꾸 위산 역류해서 그런가 봐. 이번에 수면제 양 조절 좀 했으니까 좀 두고 보자. 그래도 집 문 열고 밖으로 나가든지, 아님 밤 운전하고 다니는 거 아니니까 그거 아닌 것만도 다행이잖아. 마음을 편하게 가져봅시다. 김여사."

"그래. 그거 아닌 것 만도 다행이지. 아무튼 새벽에 돌아다니고 먹고 하는 게 없어져야 엄마도 좀 편해지고 몸도 좀 나아질 텐데. 콩이도 밤에 좀 편히 쉬고. 어젯밤에 엄마 요기 요기 

들었어요. 아야 아야! 얼른 '호'해 주세요. 콩이 먼저. 다음 리아. 마지막 언니는 앞구르기 열 번, 뒷구르기 열 번.ㅎ ㅎ"

"넵. 김여사 님. 여기서 구를깝쇼? ㅋ ㅋ ㅋ"




어젯밤에 아니, 오늘 새벽녘이나 아침쯤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잠시나마 짧지만 꿈 없는 2~3시간의 잠을 이룰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턴 일어날 때까지 자각몽을 꾸며 강아지들이 오가는 소리, 딸이 내는 모든 소리를 다 들으며 두통을 한껏 머금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그럴 수 있다면 말입니다.)

그나마도 운이 좋아야 가능한 일이고 컨디션이 나쁠 때는 수면제를 먹고도 잠을 자지 못하는 상태가 며칠씩 이어져 극도로 예민한 상태가 다.

통증 만으로도 이미 온몸은 손대기가 어려울 정도로 초 예민해진 상태에 정신까지 극도로 예민해지면 아무리 내가 편안한 상태로 몸을 릴렉싱 하려 해도(음악을 듣고, CCM도 물론 듣고요. 책도 읽으려 노력하고-두통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두통이 너무 심해 눈이 잘 안 보여요. 바람도 쐬러 나가려 노력하지만 아파서 Pass. 그러고 보니 코로나 시국이라 할 수 있는 게 더 없고 할 수 있더라도 몸이 안 따라 주네요.ㅠ) 그건 그냥 무용한 노력일 뿐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지켜보는 것 말고는 어쩔 도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면증을 앓기 시작 한지는 벌써 14년째가 넘어가고 여태껏 치료해 보지 않은 방법이 없었다.

병원 내의 수면 클리닉을 통해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수면다원검사 등으로 불면증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러 가지 병을 앓게 되면서 불면증은 날을 더할수록 심해지기만 했다.

불면증 역시 다른 병들을 겪는 것과 비슷한 경로를 거치며 여러 가지 약들을 여러 가지 용량으로 바꿔 적용해가며 지금의 처방 상태에 정착하게 됐다.


불면증을 치료하면서 여러 가지 약물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뜻하지 않는 부작용들로 큰 후유증을 겪어왔고 지금 정착한 약도 부작용이 없는 상태는 아니지만 여태껏 복용했던 어떤 조합보다 안정된 상태로 맞춰져 유지되고 있는 중이다. 이 처방도 언제 바뀌게 될진 모르지만 아직 까진 잠드는 날이 못 자는 날보다 많고, 비록 짧은 시간이라도 깊은 잠을 자며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가능한 자는 동안 통증을 줄이며 예민해져 있는 신경을 진정시켜줄 신경안정제, 우울증과 불안증, 수면장애의 진정을 도와줄 안정제,  빠르게 수면 상태로 이끌어줄 수면 유도제, 가능한 깊은 잠을 오래도록 유지시켜 줄 수면제(졸피뎀 서방정), 위장을 보호해줄 위장약, 편두통을 예방해 줄 두통약.

여기에 적힌 6개의 알약이 밤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어벤저스 수면제 군단이다.


그런데, 여기 무적의 어벤저스 수면제 군단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친구가 하나 있다.



졸피뎀  

불면증 치료용으로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 취침 바로 직전에 투여한다. 장기간 복용 시 환각 증세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돼 있다.                                                               
출처-시사 상식 사전


졸피뎀은 약물 복용 후 7-8시간의 수면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에 복용한 뒤 바로 취침해야 한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수면운전과 기타 복합 행동이 있다. 약물을 복용한 후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을 하고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례(수면운전)가 보고되고 있으며, 깨어 있지만 몽유병 상태와 비슷하게 음식을 먹는다든지 전화하기와 같은 복합 행동도 보고되고 있다.


내가 겪고 있는 부작용은 잠이 들었다고 생각한 시간에 깨어 있어서 인터넷으로 물건 등을 주문하고(다음날 확인하고 취소합니다.) 낮에는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음식들을 너무 늦은 시간,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양을 먹어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에 시달리게 되었고 약에 취한 상태로 집안을 돌아다니며 넘어지거나 부딪혀 온몸에 멍과 상처를 만들었다.

어느 날은 기절했던 자리에서 잠이 들어 새벽 일찍 일어난 남편이 주방 바닥에 누워있는 나와 그 옆에 쭈그리고 엄마 옆에 몸을 붙이고 잠이든 콩이를 발견하는 날도 종종 있었다.

내가 기억도 못하는 일들을 하고 돌아다니는 사이에 엄마 껌딱지인 강아지 아들 콩이는 엄마가 침대로 돌아가 누울 때까지 몇 시간이고 엄마를 따라다녀준다.


이런 모든 부작용과 불편을 생각한다면 당장 다른 약을 생각해 보거나 방법을 찾아야 하겠지만 아직까지 내게 더 이상의 대안은 없다.

약을 먹지 못하면 며칠이고  하룻밤도 자지 못하는 것이고 약을 먹는 다면 운이 좋은 날은 몇 시간의 깊은 잠을, 아니면 여전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게 될 것이다.


흔히 불면증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잠이 안 오면 책을 읽던가  TV를 보던가 음악을 듣던가....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해 주시지만 그런 것들을 한 가지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병인 것이다.


오늘도 불면의 밤에서 헤매고 계신 분들께 비록 내일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만들고 얼마나 먹었는지 까맣게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따뜻한 게살 수프 한 그릇 대접하고 싶다.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부른 배로 편안히 잠들 수 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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