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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Jul 12. 2024

천만 원짜리 신라 호텔 로열 스위트 숙박기

우리의 운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믿고 싶다

몸무게는 여전히 끝을 알지 못하고 지고 다. 딸 지니 역시 죽고 싶은 마음에서 헤어 나오 못해  괴로워다.


만약에 내가 남편과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남편이 처음 바람을 피웠던 당시에 바로 이혼 했더라면... 만약에 남편의 모든 잘못 들을 그냥 눈 감아 주지 않았더라면... 미처 기억나지 않는 모든 만약에 내게 뼈가 시린 실책으로 다가왔다.

내가 아프지 않았다면 진작 모든 일들이 이렇게 되도록 두지 않았을 텐데. 


하루에 단 한순간 통증을 떨칠 수 없지만 그런  스스로를 지키는 것조차 버거워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한동이 모든 일에 끝이 있기는 할까 싶은 마음에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정말 죽어 없어져 버리는 것 말곤 방법이 없는 건가 안 그래도 매일 죽도록 심하게 아픈 머리가 터져 버릴 것 같았다. 말을 하려고 입을 열면 희한하게 목이 막히고 눈물부터 쏟아져 내렸다.

 

내가 집 밖으로 혼자 나다닐 수 없어진 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베체트에 걸리고 나서부터는 병원도 혼자 다니기 어려울 만큼 체력이 눈에 띄게 줄어든 탓도 있지만 CRPS와 혈관성 두통, 섬유 근육통, 자율 신경 기능 이상으로 혼자서는 절대 외출하면 안 되는 환자로 변한 건 10년을 가뿐히 넘 버렸다.


내가 있는 병들로 인해 생기는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나마도 다시는 걸을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듣던 다리로 걷게 된 것만도 천운이라 생각했다.

내가 외출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다고 해서 나만 괜찮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었다. 자신도 희귀 난치병에 걸려 있으면서 나를 돌보는 딸 지니의 컨디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프다는 건 무엇이 됐든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나를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착실하게 흘러 어느새 신라호텔을 가야 하는 날이 다가왔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궁금하신 분들께 간략하게 설명을 해 보자면 올봄 즈음메이커스와 신라호텔이 협력하여 더 파크뷰 조식 2인,  이제큐티 라운지 2, 석식 or 서비스 모두 20만 원 무료 이용권과 더불어 천만 원짜리 방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이벤트 있었다. 제세 공과금까지 주최 측이 모두 부담하는, 말 그대로 '영원한 주말' 보낼 수 있는 이벤트였다.

조건은 가장 기억에 남는 휴가에 대해 댓글로 작성하면 되는 것이었다. 


댓글을 남겨 신청을 하고 정말 까맣게 잊고 지냈던 발표날이 지나고서야 내가 당첨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됐다. 당첨이 됐다는 소식을 카톡으로 확인했을 때 얼마나 놀라고 기뻤는지 말로 다 할 수 없다.


※어리광과 하소연

https://brunch.co.kr/@oska0109/420


사실 댓글을 쓰면서도 내가 당첨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 하지만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내게 기회가 생겨 당첨이 된다면 눈만 뜨면 더 깊고 어두운 불행연이어 덮쳐들던 내게 드디어 눈에 띄는 좋은 일이 일어나 시작했다 믿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다.


나와 지니, 그리고 백일이 지나면서부터 우리 집으로 매일 출퇴근을 한 조카딸과 조카 손녀까지. 네 사람이 오랜만의 호캉스 나들이에 복잡하고 무거운 마음과 걱정들을 잠시라도 모두 내려놓기로 작심했다. 현실은 다 집에 놔두고 여행을 떠나듯 가볍고 행복한 마음만 가져가기로 약속했다.


우린 이벤트의 취지에 맞게 육퇴 후 마실 맛있는 와인 2병과 안주가 될 과일들, 우육포, 컵라면을 준비하고 1박을 하러 가면서도 일주일은 지내다 올 것 같은 짐을 싸서 호텔로 출발했다. 호텔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즐기고 부족한 것은 알아서 채워 천만 원 보다 더한 휴식과 행복을 느끼고 싶었다.

지니가 조카 손녀를 안고 모교인 동국대학교를 바라보고 있어요.
조카딸과 함께 찍은 사진 입니다.
룸의 거실 일부와 다이닝 룸 사진 이에요.
동국대학교 전경 입니다.

퀸 사이즈 보다 더 큰 침대가 있는 침실침실 사이즈 만한 욕실, 그리고 넓은 거실과 식탁이 놓여 있는 다이닝 룸까지. 우리 넷이 하룻밤을 실컷 뛰고 굴러 다녀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좋은 방과 서비스였다.


조카딸이 손녀의 늦은 점심을 챙겨주는 동안 나와 지니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서 티와 간단한 스낵을 즐겼고 저녁은 모두 룸 서비스로 주문해 가져간 와인과 함께 맛있게 즐겼다.

맨 왼쪽이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음식이고 나머지가 룸서비스로 주문한 음식들 이에요.
더 파크뷰 조식 영상 입니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완벽한 휴일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오랜만에 명동 교자에 들러 닭고기 고명과 완탕이 올려진 칼국수와 비빔국수, 콩국수, 만두까지 맛있게 먹었다.

네 가지 메뉴를 한개씩 주문해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여전히 변치않고 맛있네요^^.

지치고 무너진 몸에, 상처 나고 짓이겨진 마음에 이보다 더 완벽한 휴일은 찾을 수 없을 만큼 만족하고 행복한 휴일이었다.


천만 원짜리가 됐든, 이천만 원짜리가 됐든 1박의 호캉스 한 번으로 지옥 밑바닥을 고 있는 내가 단숨에 제자리를 찾아 올라갈 수 없다는 건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한 번의 기회가 내게 다가올 모든 운들의 선봉장이 될 거라고 믿고 싶다.

이젠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To be continued...


ps. 제가 어떻게 댓글을 달아서 당첨이 됐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으신 것 같아 댓글 내용을 올려볼게요. 저보다 훨씬 더 귀하고 소중한 경험들을 많이 올려 주셨는데 부족한 제가 당첨된 게 저도 많이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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