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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Sep 20. 2020

흔들리는 마음은 무엇으로 고치나?

마음이 몸 따라, 몸이 마음 따라.

안 그래도 성치 않은 몸.

각 계절에 마다 특징적으로 불편한 몸의 상태가  도드라 불편한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고통을 겪고 있는 시간에는

'아... 이것만 지나가면 좀 숨 쉴만할 텐데. 어떻게 견디라고 이렇게 까지 힘들게 하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제발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 만을 기다리게 된다.


이번 여름은 유난하게도 비가 많이 오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져서 매일매일 베체트로 인한 관절통과 각목으로 두들겨 맞은 듯 운신조차 힘들었던 섬유 근육통으로, 또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해진 두통으로 너무 힘에 겨웠고,

두통 보톡스 시술 시기가 다가와서 정말 힘든 상태입니다. 전 4개월에 한 번씩 두피 전체에 있는 통점에 보톡스 시술을 합니다.

두피가 피하지방이 거의 없고 뼈와 가장 가까이 있는 피부라 주사를 맞을 때 가장 아픈 부위인데 저 같은 경우엔 어깨부터 뒷목으로 해서 두피 전체와 이마까지  35대에서 50대 정도를 맞습니다.

시술할 때 정말 아프지만 두통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꾸준히 시술받아 왔어요. 개인적으로 크게 효과가 있는 줄은 잘 모르겠지만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효과는 있는 것 같습니다.

무더위에 입맛까지 잃어 빈 속에 매일 먹어야 하는 40~50알 가까운 약과 찬바람(선풍기, 에어컨)으로 인한 잦은 돌발통에 수시로 먹었야만 했던 마약 진통제로 인해 위, 장염까지 심해져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게다가 마약 진통제 부작용으로 통증과 싸우느라 무차별 적으로 약을 먹은 후엔 드시 알레르기 반응이 돋아나 항히스타민제까지

복용해야 하는 불편한 증상까지도 생기게 됐다.


7월 한 달 내내 앓았던 대상포진의 후유증으로 면역력도 떨어지고 기력도 회복하지 못한 데다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가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울증 불면증 덩달아 심해지고 약해진 몸을 따라 마음이 또, 그 마음을 따라 몸이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다 잡았던 생각과 마음이  다시 흔들리는 이 생기고 말았다.


*약을 보통으로 먹은 날 *많이 먹는 날은 훨씬 많아져요.


사실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고 내가 고난 가운데 있을 때 그 고난의 시간을 함께 견뎌 주신다는 믿음이 생기 경험을 한 이후론 웬만한 통증이나 힘든 일이 있어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그리고 내가 가진 많은 병들로 인해 단 한순간도 아프지 않은 순간이 없었지만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않으려 열심히 노력했고 그 노력이 이렇게 (글을 쓰는 것) 빛을 발하고 있다.


그리고 하지 않게 글을 쓰면서 진심으로 나에게 공감해주며 마음을 열고 응원해주시는 분과 새로운 인연도 맺을 수 있게 되었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내게 일어나고 있다.

너무 감사하고 기쁜 마음에 아픈 몸을 생각지 않고 매일 새로운 글을 올려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다.


하지만 느 날, 내 글을 보고 라이킷을 눌러주신 다른 만성 질환자의 글을 읽던 중 힘들었던 예전 생각을 떠 올리게 다.

내가 처음 병을 진단받고 느꼈던  무기력함과 '하필이면 왜 나일까'라는 분노, 죽을 때까지 죽도록 아픈 순간을 수도 없이 견뎌야 한다는 공포, 내 병이 낫지 않을 것이고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외로움 등이 다시 물 밀듯이  덮쳐왔다.


사실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그런 아픔이나 제게 생긴 일들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했다기보다는 그저 겪고 있는 그 시간에만 집중하고 미리 걱정하고 염려하지 않는 것으로 제 마음을 다스려 왔지만 어느 순간 힘든 일이 생기면 아직도 많이 힘들고 흔들리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약해져 있는 몸에 예전의 마음 상태가 떠오른 것만으로도 견디기가 힘든 며칠을 보냈다.


내 마음이 이렇게 약했던가?

내 결심이 이렇든 바람 불면 날아가는 한 조각구름처럼 가벼웠던가?

자괴감이 드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더더욱 괴로웠다.




내가 생을 포기했던 큰 사건 이후 다른 모든 것을 다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한 만큼 달라지고 있었지만  단 한 가지 포기하지도, 또 노력하지도 못했던 것이 있었다.

약을 모으는 것.


사고 이후 한 달 후에 퇴원한 후에도 너무 많이 망가지고 지쳐있던 몸을 다잡고 일어서야겠다 마음먹기까지는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5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은 하루에 한 끼도 먹을까 말까 하 물도 딸이 먹여줘야만 간신히 마시며 화장실도 부축 없이는 다녀올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아픈 상태였다.

낮에 먹는 약은 딸이 챙겨서 먹여 줬지만 밤에 먹어야 하는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는 딸이 챙겨다 놓고 가도 너무 힘든 상태에 정신을 잃을 때도 많았던 나는 수면제를 못 먹고 지나는 날이 간혹 생기기도 했었다.


그 수면제를 버리지 못다.

한 번 죽음을 경험했던 나였고 하나님께서 함께 하심을 믿고 다시 살기 위해 노력하던 나였지만 그때부터 모았던 수면제(졸피뎀)와 신경 안정제 수백 알을 버리지 못했다.


그건 내게 후의 보루와도 같은 것이라 여겼다.

나의 죄책감이며 나의 도망처.


하지만  아프고 고통스럽고 힘들수록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는 가장 위험한 물건이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내가 아니 던가!


아기들이 쓰는 예전 광목천 기저귀로 갈비뼈를 한 바퀴 휘감아 덩치가 산만한 장정들이 양쪽에서 세게 잡아당기는 것처럼  으스러지듯 쑤시는 몸 때문에 혼자서  훌쩍이며 눈물을 흘리다 공부하고 있던 딸을 조용히 불렀다.

그리고 붙박이장 깊숙한 곳에 넣어 놓았던 큰 약병을 꺼내 주며


"◇◇야. 이제 이거 치워야 될 거 같아. 너 모르게 또 모아놔서 미안해. 이제 다시 안 모을 거야. 엄마가 며칠 좀 힘들어서 우울했던 거 느꼈지? 정신과 예약 좀 당겨야겠다. 미안해"


딸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엄마. 고마워"


이 한마디 말고는 별다른 말은 없이 나를 안아 주고는 말없이 몇백 개의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없애 버렸다.


딸은 말없이 내 힘과 내 고통에 공감해주고 항상 내가 얼마나 힘들에 집중해주고 공감해주어 아픈 내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더 없는 노력을 해 준다.




몸이 흔들리면 무엇도 제대로 볼 수 없고 마음까지 상하게 되는 법이다.

그러나 몸은 약이나 먹는 것으로 또는, 휴식을 통해 상한 을 되돌릴 수 있다.


하지만 상한 마음은 무엇으로 고칠 수 있을까?

걱정과 불안, 상처가  아물지 않았을 때 그것을 고쳐줄 수 있는 것은

그것에 대한 공감이다.


상처 난 마음에 내 진심이 닿았을 때 비로소 상대의 상처는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상처로, 또 현재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예정돼있는 고통에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엄마를 놓칠 수도 있었던 힘든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모아둔 약을 건네는 엄마에게 어떤 비난도 추궁도 하지 않고  '엄마, 고마워' 라며 위로와 공감의 손길을 내밀어준 딸에게 

감사와 사랑을 퍼붓고 싶다.


엄마 곁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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