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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PS환자의 돌발통 후 취침난망(難望)기

환절기를 겪는 만성 질환자의 일상(2024.03)

by 강나루

어느덧 3월. 어김없이 봄은 찾아오고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 속, 이름 붙여진 병명 외에도 이곳저곳 아픈 곳이 많은 만성질환자들의 하루는 화창하지 못하다. 한순간도 멎지 않는 통증에 차마 비명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말라 갈라져 터진 입술을 앙 다물며 피를 삼키듯, 나는 고통을 마른침과 함께 억눌러 삼킨다.




2~3일 간격으로 내리는 비, 그리고 매서운 바람에 섞인 훈풍이 코끝을 스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CRPS 환자의 통증을 떠올릴 때 돌발통만을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돌발통이 없어도 몸은 항상 극심한 근육 통증에 묶여 있고, 피부 한 조각 편한 곳이 없다. 베체트까지 겹쳐 대관절이라 불리는 부위는 하나같이 붓고 굳어, 잠시만 움직여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비가 예보된 날이면 CRPS로 망가진 오른쪽 견갑골의 뼈마디가 휴대폰 진동처럼 떨리기 시작한다. 진통제를 제때 삼키지 않으면, 견갑거근과 상박으로 번지는 통증은 몇 시간이 될지, 두 시간이 될지, 하루 온종일이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죽고 싶을 만큼의 극심한 통증으로 밀려드는 순간, 고통은 마른논에 불을 붙인 듯 팔과 손끝, 어깨와 견봉을 넘어 등허리까지 번져간다. 뼈는 부서지고, 근육은 터져나가며 피부는 찢겨나가듯 활활 타오른다.

얼굴은 급격히 창백해지고,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으로 갈라진 이와 잇몸은 보호대를 물어야 간신히 버틸 수 있다. 팔의 통증이 심해지면 기다렸다는 듯, CRPS가 된 왼쪽 다리의 통증도 엉덩이와 허리까지 타고 올라온다. 눈에서는 울음이 아닌 뜨거운 물이 흘러내리고, 그 위로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돌발통 속, 옥시코돈을 얼마나 삼켜야 하는지는 오직 나만이 안다.

마약 진통제에 무뎌진 신경은 결국 귀마저 울리게 한다. 하이레벨의 비명소리에 덤으로 흔들리는 골은 난치 판정을 받은 혈관성 두통을 향해 마하의 속도로 내달린다. 통증지수는 언제나 8 이상이 기본값처럼 박혀 있다. 그런 통증을 잠재우기 위해 삼킨 약물은 곧 심장을 두드리고, 숨은 가빠진다.

날뛰는 신경을 견디다 못해 결국엔 자낙스 한알을 꺼내 입안에 털어 넣었다.

통증이 길어지면 온몸은 땀에 젖고, 정신은 흐려진다.

몸을 간신히 추슬러 움직일 수 있을 때면 샤워를 한다.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물줄기가 그나마 유일한 선물처럼 내게 닿는다.

그러나 잠시의 위안 뒤, 자율신경 실조증으로 기능을 상실한 말초 신경의 이상이 다시 땀을 비 오듯 쏟게 한다. 옷을 입을수록 땀은 더 흐르고, 발밑은 아득해진다. 이러다 기절하는 것은 수십 번, 수백 번 반복된 일상이다.

그런 날은 더욱 잠이 멀다.

아홉 알의 수면제를 삼켜도 눈은 쉽게 감기지 않는다. 그나마 약에 의존해야만 짧은 오수라도 얻을 수 있다. 수면제를 오래 거르면, 차라리 하나님을 만나는 게 낫겠다는 극단적 생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러나 설령 약으로 겨우 잠에 들더라도, 고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낮은 신음과 앓는 소리는 곁에 있는 딸과 강아지에게 큰 근심이 된다.

다만, 수면제 덕에 잠시라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을 위안 삼는다.




오늘도 새벽 네 시를 넘어 아침으로 달려간다.

긴 밤이 나를 뚫고 달아나고 있다.

잠들고 싶다.
되도록 깊이... 가능한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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