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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Nov 02. 2020

약을 안 먹어도 되는 그날을 기다리며

약-모자라선 안되게, 과해서는 더욱 안되게(마무리)

그때의 나는 병이 진행되가면 갈수록 합병증의 수도 늘어가고 생전 처음 겪는 증상들로 많이 혼란스러움을 느낄 때였다.


항상 완벽 주의자로 살아왔고 다른 사람들에게 편안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내 내면은 항상 치열함을 벗어 본 적이 없이 살아왔었다.

항상  나와 내 주변을 미리 계획하고 정돈하며 한치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으며 살던 내가 뜻밖의 병을 만나고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없이 매일매일 그냥 닥쳐오는 상황에 맞춰 아프면 아픈 대로 모든 걸 놓아야 했고 너무 심한 고통과 통증에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현실을 받아 드려야 하는 것이 너무 비참했고 자존심은 말할 것도 없이 어느새 자존감마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아무리 똑바로 정신을 차리려 해도 항상 나를 놓아주지 않는 지독한 두통에 말은 어눌해지고 두통을 가라히려 먹는 약조차 너무나 독해 하루도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머리로 생각하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었을 땐 엉뚱한 단어를 말하고 어제와 오늘, 한 달 전과 일주일 전의 일들이 뒤섞여 리고  내게 일어났던 일들 중에 몇 달, 몇 년을 통째로 잃어버리는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상상하기도 싫은 돌발통을 수시로 겪은 몸은 눈에 띄게 쇠약해져 갔고 내 의지완 상관없이 휘청대고 부딪히고 넘어지기 일쑤였다.

병원에선 시도 때도 없이 기절하는 날 보고 휠체어를 타기를 강력히 권고했지만  그것만은 죽어도 타지 않겠다고 똥고집을 부려댔다.


그러면서 내가 이렇게 휘둘리고 의지가 약해진 건 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지어 준 독한 약 때문이라고 마음대로 생각해 버렸다.

그리곤 자기 전에 먹는 약에 들어 있던 신경 안정제와 기절을 예방해주는 약, 두통을 가라 않게 해주는 약을 제외하고 복용하기 시작했다.


내가 조금만 더 맑은 정신이면 이 정도쯤의 병은 금방 이겨 낼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난 그런 사람이니까!! 난 의지가 강하고 내가 가진 모든 병들이 인간의 의지로 나을 수 있는 확률이 0,0000001%만 있다 해도 난 그 확률로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라 믿었다.


어찌나 한심하고 어리석는지...


너무나 큰 판단 미스였고 오산이었다.

신경은 날카로워질 데로 날카로워져 그나마 수면제로나마 잘 수 있었던 3~4시간의 잠도 이룰 수 없었다.


두통은 하루도 통증 지수 8 이하(1부터 10까지 통증의 강도를 매기는데 10이 도저히 견딜 수 없이 아픈 정도를 말합니다.)로 내려가는 이 없어 식구들이 무슨 말을 해도 제대로 이해하는 법도 없고 매일 구토시달리며 식사를 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눈이 안 보이고 고개를 제대로 들 수도 없는  통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결정적인 건 기절의 횟수와 강도가 늘어나고 세져 갈비뼈가 부러지고 꼬리뼈에 금이 가는 2차 상해를 입게 됐다.


결국엔 그때까지 균형을 맞춰 놓았던 약의 발란스가 다 깨져버려 결국엔 입원을 해야 했고 며칠 동안 몸안의 약물을 다 씻어내고 극도로 예민해진 몸의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마취제의 일종인 '리도카인'을 희석해 통증을 잡고 다시 약들을 처방해야만 했다.


부러진 갈비뼈가 다시 붙는데만 3개월 이란 시간이 걸렸고 불편한 꼬리뼈로 한 달 간을 고생해야 했다.


그런 어려움들을 겪고 난 후에야 내가 먹고 있는 수십 알의 약들이 그냥 먹는 것이 아닌 한알, 한알 다 내게 맞게 setting 되어  내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편안하게 지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란 걸 몸과 마음에 뼈저리게 새기게 됐다.




약을 제때 챙겨 먹는 것은 참 귀찮고 고단한 일이다.


처음 앓기 시작했을 땐 나도 나 스스로 내 약의 종류나 쓰임새 정도는 알 수 있을 정도로 약의 수가 적었지만 지금은 딸이 챙겨 주지 않으면 빼먹는 약이 너무 많을 정도로 약의 개수가 셀 수 없이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언젠간 나도 이 수많은 약을 떨쳐 버리고 건강했던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지는 않을까?

하루에 먹는 모든 약의  종류와 양.

지금 하루에 먹는 약만으로도 이미 배가 불러 터질 지경이다.


아침에 일어나 몸에 좋다는 영양제 몇 알 챙겨 먹고 미소 지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대하고 기다려 고 싶다.


어느 날 소리 없이 내게 잦아온 병마가 또 어느 날 소리 없이 사라기를 꿈에라도 바라본다.

이 약들이 추억이 되는 날이 오기를 다시 한번 내 의지를 불태우고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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