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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하나를 잘 마무리하다

by 윤오순


지난 3월부터 거의 석 달을 주말없이 보냈는데 나 이제 주말 있는 사람!


토요일, 일요일 아침 9시부터 시작해 (점심시간 한시간 쉬고) 오후 6시까지 8시간씩 꼬박 수업을 들었다. 나처럼 방역수칙 엄격하게 잘 지키는 사람이 점심을 밖에서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제발 묻지도 마. 물론 지각도 쫌 했지. 주말, 주말이었다고!! 머리카락 색깔 점점 밝아지고 체력 떨어지면서 이렇게 빡세게 공부한 적이 없어 엄청 힘들었는데 아무튼 감개무량하다. 정말 제대로 한 챕터가 끝난 기분이 들었다.


어제 ‘기분 좋은’ 기념으로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에티오피아커피클럽에 갔었다. 주말에 매장 여는 기분은 어떨까, 하고 그대로 한번 해봤다. 음악도 틀고, 커피 추출 도구들도 정리하고......


저녁 8시 반쯤 됐던가? 내려진 블라인드를 올리면서 어떤 분이 지금 커피 마실 수 있어요, 하고 물으면서 마스크 쓰고 있는 나를 한참 바라봤다. 아주 짧게 갈등하다 들어오시라고 했더니 미안해하시며 바 자리에 앉으셨다. 여기 영업시간이 짧아 아무 기대없이 왔다고 했다. 내 이야기를 어디서 들으셨는지 박사님이 직접 커피 내려주실 줄 몰랐다고 하면서 그동안 몇 번 매장에 왔다가 허탕을 쳤다고 했다. 반가움이 내눈에도 보여 들어오시라고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비오는 날에 맞는 커피 아무거나 주세요, 라고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주문 하나를 받아 순식간에 처리하면서 문득, 내가 앞으로도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주말에 가끔 에티오피아커피클럽을 열어볼까, 도 생각했다.


#챕터하나를잘마무리하다 #에티오피아커피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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