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바이어들이나 여행객들이 에티오피아에 처음 오면 놀라는 게 많은데 그중 하나가 맛있는 맥주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역 특산주처럼 에티오피아에도 지역별로 유명한 맥주가 많은데 지난 번 소개한 짐마의 베델레(Bedele) 맥주도 그중 하나이다. 오늘은 여러 맥주 브랜드 중 에티오피아의 국민 맥주라고 할 수 있는 하베샤 (Habesha) 맥주를 소개하려고 한다.
에티오피아항공을 이용해 본 분들은 ‘하베샤’ 캔맥주를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캔맥주는 에티오피아항공 기내에서만 서비스가 되고 에티오피아의 슈퍼나 일반음식점에서는 이 브랜드의 병맥주만 구입할 수 있다. 기내에서 하베샤 맥주를 주문하면 크루들이 캔맥주를 바로 오픈해줘서 들고 나오기 힘든데 재주(?)가 좋은 분들은 기념품으로 챙겨오기도 하는 것 같다.
‘하베샤’는 암하라어로 ‘에티오피아 사람’을 의미하며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본인들을 지칭할 때 ‘Ethiopian’이란 표현보다 ‘하베샤’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에티오피아 고유의’라는 표현을 하고 싶을 때 하베샤를 덧붙이는데, 커피를 현지에서는 ‘분나’라고 부르니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라고 하면 ‘하베샤 분나’라고 할 수 있다. 하베샤 맥주에 대한 에티오피아인들의 자부심은 상당히 강하고 실제로 현지에서 하베샤 맥주의 인기가 많다.
병 라벨의 에티오피아 사람 얼굴을 보면 눈동자 표현이 독특한 것을 알 수 있다. 에티오피아 정교회 성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눈동자 방향이 한쪽으로 쏠려 있으면 선인, 천사를 상징하는데 이 맥주 라벨의 인물의 눈동자도 한쪽으로 쏠려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 좋은 사람! 하베샤 맥주가 시중에 처음 나올 때 병뚜껑이 예뻐서 한참 수집을 했었다.
맥주 라벨을 둘러싸고 있는 문양도 에티오피아 전통문양에서 차용했다. 에티오피아 여자들이 사용하는 얇고 하얀 스카프를 ‘네뗄라’라고 부르는데 네뗄라 끝단의 화려한 장식같은 게 바로 그 문양이다. 참고로 아무 장식없이 두툼하고 하얀 스카프로, 남자들도 두르고 다니는 것은 현지에서 ‘가비’라고 부른다.
이렇게 에티오피아인들의 자부심 넘치는 하베샤 맥주회사의 지분을 들여다보면 네덜란드 맥주회사 Swinkels Family Brewers가 60% 정도를 투자하고 있어 사실 에티오피아 맥주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하다. Swinkels Family Brewers는 네덜란드에서 하이네켄 다음으로 맥주를 많이 생산하고 있고 몰트 생산으로는 유럽에서 넘버 원 회사이다. 하베샤 맥주가 충분히 시원한 상태로 서비스가 되면 라벨 하단의 COLD GOLD가 파란색으로 변한다는데 광고 이미지 말고 실제로는 한번도 구경한 적이 없다. 그럼 하베샤 맥주 맛이 궁금하실 텐데요....제가 한 번 마셔 보겠습니다. 역시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