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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오순 Jul 28. 2023

아빠, 내가 지금도 많이 사랑해!



가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커피를 마시러 오실 때가 있는데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 살아계셨으면  보러 자주 놀러 오셨을텐데….내가 박사과정 마지막 현지조사와 논문 마무리를 하느라 한참 바빴던 그해 여름에 아빠가 돌아가셨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삼일 전이었다. 엄마랑 영상 통화를 하고 있는데 평소보다 많이 마른 모습의 아빠가 갑자기 등장해 엄마가 앉은 의자 뒤에 서서 나를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셨다. 나와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 아빠, 잘 지냈어?

아빠: 잘 지냈지. 너는? 힘든 일 없고?

나: 나야 항상 잘 지내지.


(잠시 둘 사이에 침묵. 그러다 정말 갑자기)


아빠: 박사학위 받은 것 축하한다. 혼자서 애 많이 썼다.

나: (아직 논문도 다 안썼는데 왜 저러시지, 의심이 들었지만) 축하해줘서 고마워. 다 엄마, 아빠 덕분이지.


그리고 아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자리를 뜨려했고, 나는 아쉬운 마음에 뭔가 한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아빠, 사랑해!

아빠: 그래, 나도 사랑해!


평소에 내가 사랑한다고 하면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씩-, 웃으시던 분이었는데…. 아무튼 그날 부녀는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 영상 통화가 끝난 삼일 후 아빠가 돌아가셨는데 나는 연락을 늦게 받아 임종도 못했고 장례식에도 가지 못했다.


그때 주변 환경 때문에 깊이 슬퍼하지 못해서인지 요즘도 아빠 이야기가 나오면 감정을 통제하기 힘들 때가 있다. 내가 가진 몇 개의 별명 중에 ‘로봇 휴먼’도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그때이다.


어제 음력으로 아빠 제사였는데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 웃으면서 아빠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엄마는, 내가 애기 때부터 잘 울지도 않고 씩씩해서 아빠한테 귀여움을 많이 받았고, 어릴 때 아빠랑 여행을 많이 다녔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거기서 여전히 평안하시길…..

아빠, 내가 지금도 많이 사랑해!


#아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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