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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소리언니 Dec 19. 2019

지점장님의 눈물

25년 뒤 내 모습은 어떨까?

나는 남자의 눈물을 사랑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태어날 때, 부모님 돌아가실 때, 나라 망했을 때만 울 수 있다니..

똑같이 조그마한 존재로 태어나서, 엄마 우유 먹고 부러질까 다칠까 호호 불며 키워지는 존재인데, 걷고 말하는 순간이 되면 아들이라는 묵직한 무게와 남자니까 울면 안 된다는 의무도 생긴다.

남자의 눈물을 암묵적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의 분위기가, 메말라가는 눈물의 샘처럼 남자의 감정을 무뚝뚝하게  만든다.

 

어제 35년을 은행에서 근무하시고 정년퇴직 지점장님과 마지막 저녁 식사를 했다.

평소 지점장님이 중국집좋아하셔서, (진짜 좋아하는 음식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짜장면이 빨리 나와 얼른 드시고 업무를 하기 위해서 평소 자주 드셨는지는 모르겠다) 중국집의 고급 버전인(?) 코스요리를 사드렸다.


"가는 사람인데 신경 쓸 생각을 했어?"

"그동안 너무 감사했어요 지점장님"

"오히려 열심히 해줘서 가 고마웠어"

새로운 코스요리가 서빙될 때마다

그저 르는 시간이 어찌나 슬프던지...

그렇게 서로에게 마음이 전해진다.


 직원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주시고, 궂은일도 마다하시지 않으셨던 분이다. 이른 아침 항상 먼저 출근하셔서, 지각해서 머리도 못 말리고 화장도 못 한 채 헐레벌떡 뛰어가도

"어서 와요~넘어지겠어! 조심해야지~"

한결같이 반갑게 인사해 주셨던 분이다.


 먼저 회사를 나가신 분들의 모습을 보면, 나의 은퇴 후 삶의 방향을 볼 수 있다. 나와 비슷하게 급여를 받고, 비슷한 저축과 소비를 하며 생활하셨던 분들이다.

 내 미래가 너무 멀어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면, 5년 안에 회사를 나가신 분들이 지나온 인생 와 은퇴 후 삶을 살펴보면 된다.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아 금융권의 희망퇴직도 많은데, 정년을 채우고 나가셨다면 직장생활을 평탄하게 보내신 거다.


 현직에 있을 때는 명함 하나로 자신을 나낼 수 있다. 이제는 과거 지점장이었다고 말로 설명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렇게 어려웠던 분도 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이 된다.

예전에는 더 살기 힘들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는 둥 꼰대 이야기 많이 들을 준비하고 나갔었는데, 힘들면 어부바해 줄 테니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잘 해낼 거라고 축복만 해주시고 떠나셨다.


 눈물이 뚝 흐르고,

그분의 눈에 물이 쑥 덮였다가 다시 사라졌다.

어떻게 35년을 다닐 수 있었냐고 비결을 꼭 물어보고 싶었는데,

묻지 않아도 깊은 마음과 인내와 용기 모든 것이 보였다.

언제든지 전화해서 어부바해달라고 해야지.


얼큰하게 취하셔서 수를 청하시고

택시비 5만 원까지 주고 가신다.


나는 참 복 받은 사람이다 :)

#수고했어요

#건강하세요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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