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월요일밤
지난 토요일 처음으로 여의도 집회에 다녀왔다. 가는 길이 꽤 험난했는데, 공덕에서 환승하려고 하니 승강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 숨이 막혔고 꽉 차서 도착하는 지하철에 타기도 불가능해 보여 버스를 타러 나갔다. 꽉 찬 버스 몇 대를 보내고 도착한 버스가 다리를 건너지 않는다고 해서 걸어가야 하나 하고 있던 중 도착한 버스에 겨우 올라타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국회 앞 광장에 겨우 도착해 자리를 잡고 서니 탄핵소추안 국회본회의가 시작되었고, 다 함께 노래에 맞춰 구호를 외치며 표결이 진행되는 걸 지켜보았다.
탄핵소추안 가결이 발표되자 모두 함께 크게 함성을 질렀는데 울컥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사실 집회에 나가기 직전까지 갈까 말까 많은 고민을 했었다. 약한 체력에 견딜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고, 나가지 않고서도 마음으로 응원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나가서 힘을 보태고 다 함께 승리의 기쁨을 느끼는 건 매우 달랐다. 지금까지 사회의 많은 일에 공감을 하기는 했지만 직접 참여하는 일 없이 살아왔다. 내 안의 아픔이 너무 크게 느껴졌고 바깥의 일들을 바라볼 에너지가 없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내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 걸 느끼고 있고, 다시 확보된 힘을 어딘가에 보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일요일엔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모여 맛있는 걸 먹고 얘기를 나눴다. 밀린 얘기들은 끝이 없었고, 다 함께 지붕에 올라서 바라본 저녁노을은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집으로 돌아오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가난하고 작은 원룸에 살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음악을 하며 겨우 살아가고 있는 나이 들고 혼자 사는 여성이지만 이만하면 행복하지 않은가. 이 작은 원룸에서 쫓겨나지 않고 살기만 하면 큰 집과 비싼 음식들은 부럽지 않구나. 나를 채우고 있던 어떤 허영심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이었다.
누구나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다르다. 내게는 음악이 제일 큰 가치였고, 그 음악으로 먹고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불가능함을 알고 제일 중요한 가치도 바뀌었다. 넉넉하게 나눠 쓸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가능하다면 다른 건 별로 상관이 없다. 마음이란 건 또 바뀔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항상 다짐하고 새겨두어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살아있는 나에게 바라는 유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