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번째 월요일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지금 구매하세요 : 쇼핑의 음모'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구매자들이 물건을 계속 사도록 하기 위해 기업들이 어떤 거짓말을 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나쁜 결과들이 있었는지 직관적으로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쇼핑을 자제하게 되었다는 글들도 SNS에 많았는데, 나는 그 마음이 하루 정도 갔던 것 같다.
요즘 즐겨 쓰는 쇼핑 플랫폼은 테무와 일본 아마존이다. 테무는 계속 어떤 혜택을 주겠다며 소비를 부추긴다. 얼마 이상을 사면 코인 얼마를 주고 그 코인들이 모이면 크레딧으로 돌려준다는 식인데, 필요한 코인을 모으려면 꽤 많은 돈을 써야 한다. 결국 그 크레딧을 돌려주고도 이익이 남을 만큼 소비하게 만드는 식이다. 최근 테무에서 산 건 그래도 실용템 위주로 프린터 선반, 컴퓨터 받침대, 책상 아래 들어가는 트롤리 등인데 그 물건들은 가격만큼 부실하지만 쓸 수는 있으나 더 큰 문제는 배송비 무료 조건을 맞추기 위해 구매하는 다른 자잘한 물건들이다. 필요하지 않았던 뜨개 꽃 키링이라던가 조각 스티커라던가 무심하게 주워 담은 물건들이 도착해 집에 쌓인다.
물건들을 구입해 집 특히 책상 주변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집에서 제일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도 해서 자잘한 물건들이 널려있는 책상 위를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싸구려 물건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건 전혀 즐겁지 않았다. 가성비만 따지다가 잘못 산 물건들과 함께 살게 된 사람 여기 있습니다. 네네.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그래서 많은 일을 하고 많은 것을 사고 기뻐하고 후회한다. 물건에서 기쁨을 찾는 대표적인 취미인 문구를 덕질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언제나 그 물건을 갖기 전 설레던 마음일 때가 더 행복했음을 알고 있다. 일단 사고, 손에 쥐게 되면 내가 꿈꿨던 그 물건의 쓸모를 내가 직접 찾아야 한다는 것에 조금 질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물론 예쁜 문구는 옳고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들을 구입해 잘 사용할 수 없다거나 둘 곳이 없다면 우리는 계속 행복할 수 있을까.
사실 오늘 새벽에 그동안 갖고 싶던 바인더를 일본 아마존에서 구입했다. 버튼을 누르고 구매확정으로 넘어가는 건 아주 빠르다. 배송이 되기 전에 취소를 할까 말까 매우 고민했다.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자버렸고, 자고 일어나니 웬일로 바로 배송을 했다는 메시지가 와있었다. 이제 되돌릴 수 없게 된 것이다. 누군가는 내 형편에 그런 비싼 물건을 사다니 쯧쯧하고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지만 말이다. 돈으로 잠깐의 행복을 살 수 있다면 그게 꼭 잘못된 일일까? 그 바인더 때문에 내가 살고 싶어 질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결론은 무조건 사지 말자도 아니고 무조건 사자도 아니다. 진짜 사랑하는 물건을 오래 고민하고 사서 맞이하는 기쁨을 누리고, 그 물건의 효용을 찾아주며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더 열심히 살고 싶다. 더 많이 갖기 위해서가 아닌 더 많이 사용하기 위해, 제대로 쓰며 행복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행복하고 싶다.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