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장 산책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Yes’라고 대답하는 것

<죽음의 수용소에서> by 빅터 프랭클

by 오소영

‘죽음의 수용소에서’. 작년에 추천받은 후로 꼭 읽어봐야지 하고 사둔 책인데, 책장에만 두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리던 차에 ‘마음-옐로’에서 이 책을 함께 읽는다기에 꺼내 들었다.

저자는 정신분석학자이자 의사로, 본인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겪은 일들과 그곳에서 생각한 것들을 바탕으로 로고테라피라는 학파를 만들었다. ‘로고스 Logos’. ‘의미’를 뜻하는 그리스어인 이 단어가 이 학파의 이름에 붙은 것은, 로고테라피에서 나의 의미와 내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고테라피에 의하면 우리는 삶의 의미를 세 가지 방식으로 찾을 수 있다.
1)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2)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써
3)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p.184)


첫 번째 방식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것의 의미를 연결 짓는 일이 쉽지는 않을 테지만, 내가 하는 행동들, 생각들, 그리고 경험들이 내 삶의 의미를 찾는 거름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거나 의미를 채워가고 있는 것일 테지.


경험뿐이 아니다. 우리가 그 동안 했던 모든 일, 우리가 했을지도 모르는 훌륭한 생각들, 그리고 우리가 겪었던 고통, 이 모든 것들은 비록 과거로 흘러갔지만 결코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우리 존재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간직해 왔다는 것도 하나의 존재방식일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가장 확실한 존재방식인지도 모른다. (p.146)


두 번째 방식 중 저자는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랑은 다른 사람의 인간성 가장 깊은 곳까지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사랑으로 인해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과 개성을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 삶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실현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볼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사랑의 힘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깨닫도록 함으로써 이런 잠재능력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p.184-5)


지금 내가 느끼고 경험하고 있는 것도 저자가 이야기하는 측면에서의 사랑일 수 있을까? 서로가 가진 특성과 개성, 그리고 잠재력까지 파악할 수 있는 관계, 그리고 그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돕는 관계. 역시나 한 순간의 불꽃 튀는 감정으로서의 사랑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며 서로를 경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지난 시즌에 함께 읽었던 ‘사랑의 기술’ 이 떠오르는 구절이었다.


세 번째 방식은 꼭 경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경험한 것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는 살면서 누구가 어려움을 겪게 되고 나 역시 그랬다. 지나고 나면 큰일이 아닌 것들도 그 당시에는 가슴이 꽉 막혀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아픔이었다.


인간의 고통도 그 고통이 크든 작든 상관없이 인간의 영혼과 의식을 완전하게 채운다. 따라서 고통의 ‘크기’는 완전히 상대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p.88)
자기 자신을 분리시킬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인 능력이 역설의도라고 하는 로고테라피의 치료기법이 적용될 때마다 발휘된다. 로고테라피에서 역설의도기법이 먹혀 들어가는 것은 인간에게 이런 거리두기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p.203)


그런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한다는 것, 나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 여러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방법이지만, 역시나 어려운 일이다. 아직은 연습이 필요한 것일 테지.


이런 방법들을 통해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삶의 의미라는 것이 나와 주위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아주 커다란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서 의미를 찾고, 그를 통해 더 큰 의미를 찾아가는 것. 그리고 언제나 삶에 대해 ‘Yes’라고 대답할 수 있는 것. 그것이 행복이지 않을까.


* 트레바리 마음-옐로 1801-04시즌 놀러가기(하려다 못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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