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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타조 Apr 24. 2020

보셨어요?

J에게 쓰는 편지

보셨어요?

저는 오늘 다른 것을 보았어요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보았어요

그때 우리가 그랬죠
그렇게 말했죠
여기서 우린 주변인이고
아무리 해도 감투는 쓰지 못할 테고
잘하면 본전, 못하면 티가 나는 시스템쟁이라고요
그리고 건배를 했죠
감투 쓴 사람들의 진심 없는 칭찬에 가벼워말고
마음 비딱한 사람들의 비난에도 신경 말자고
우리 힘은 서로에게 있고
감투는 없는 마음 바른 사람들의 따뜻한 감사를 먹고 즐기자 했죠
저는 그 말이 좋았어요
여전히도 출근하는 힘이 되거든요

괴로웠어요
보고서 한 장을 몇 시간 붙들고 있는 것 때문이 아니었어요
쌓이는 일감 때문도 아니었구요
입술에 물집이 잡혀도 얼마 후면 사그라지고
인사동 쭈꾸미 가게에서 같이 욕하던 그 꼰대 팀장은 여전 해도 아무렇지 않아요
그냥
혼자 마시는 아침 커피가,
혼자 참여하는 저녁자리가,
혼자 앉아 있는 업무회의가,  
혼자 하는 야근과
혼자 칭찬받고,
혼자 비난받는
나 홀로 미운 오리 새끼라서 괴로웠어요

오늘 다른 것을 봅니다
빈자리를 채우려 손들어준

우리 시간에 비하면 고작 몇 달 된 후배들에게서요
기쁨이 쌓이고 애정이 붙습니다
초롱한 눈망울과 패기 서린 침방울을 지켜봅니다
좌충우돌, 틀리고, 좌절하고, 실수하는 걸 보면, 정말 몰라도 너무 몰라도
그래도 괜찮아요
조금만 더 지나면 될 거니까요
제게 주셨던 기다림만큼 저도 기다리는 중입니다

오늘 막걸리에 위로를 받았어요
우리 마음을 알 것 같다고요
혼자라고 도망가리라던 부끄러운 마음이
이들에게 붙잡혔어요

다른 일이 보이네요
주셨던 것처럼 이들에게도 전해 주렵니다
예전처럼 따뜻한 감사를 먹고 즐기자고요

보셨어요?
이제 혼자가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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