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날들

에필로그.

by 박수민

마지막 <마음의 날씨>를 써야지 하고 생각한 지는 꽤 되었는데, 좀처럼 글이 써지지 않았다. 연재의 마지막이라니 무언가 의미 있고, 거창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처음부터 거창하거나 대단한 글을 쓰려던 게 아니었다. 그저 날씨처럼 그날의 기분을 기록했던 거다. 그간 마음의 날씨를 돌아보니 대부분 흐렸다. ‘왜 더 밝고 화창한 마음을 가지지 못했던 걸까?’ 가만히 마음 어딘가에 구멍이 난 건 아닌지 살펴본다. 미처 몰랐던 자그마한 구멍이 커질 대로 커져 나를 집어삼킬까 봐 어느 날은 두려웠다.


그런데 종종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나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나와 모두의 삶이 꽃처럼 향기롭고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으니. 하나 깨달은 건 상황은 바꿀 수 없어도 마음은 바꿀 수 있다는 거다.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은 감사하게도 본인의 경험이나 마음을 다독이는 방법을 일러주셨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조금은 견딜 만 해졌다. 그 온기에 기대어 힘을 내기도 했었다.

예민한 탓에 밝고 화창한 날보다 흐린 날이 많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탓하기보다 보듬어주기로 했다. 타인의 감정을 살피듯 내 마음을 살피며,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시간이라 여겼다. ‘나는 이런 걸 싫어하는구나’, ‘이런 상황을 나는 힘들어하는구나’를 알아채면, 마음이 흐려지기보다는 의연하게 ‘이것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네’ 하고 넘기는 날도 있었다. (의연하게 넘기는 날보다 속상해하는 날이 아직은 더 많지만.) 그와 반대로 마음에 볕이 들이치던 날은 떠올리는 것만으로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매일을 행복 속에 살 수는 없겠지만, 아무리 힘들 날이라도 하루의 끝에 옅은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일상 속에 행복한 순간을 심어두려고 얼마 전에는 애완 돌멩이를 하나 들여왔다. 귀여운 생김새 덕분에 바라보는 것만으로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좋아하는 스피커 위에 돌멩이를 올려놓고 흐뭇한 마음에 언니에게 알려줬더니, “집을 정리하고 꾸미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랬으면 아마 나의 돌멩이는 아직 포장지 속에 갇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가며 돌멩이를 보는 게 요즘 나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사소하지만 이렇게 혼자만 아는 즐거움을 하나둘씩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내 마음의 날씨도 화창한 날이 많아지겠지.

+ 요동치는 마음에 힘겨울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읽고 눌러주시는 ‘라이킷’과 ‘댓글’에 기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더운 여름날 몸도 마음도 무탈히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멀지 않은 날에 또 만나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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