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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화 Oct 23. 2021

비틀스와 독일 함부르크

  비틀스가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인 무명시절에 독일 함부르크(Hamburg)에서 공연을 했다는 사실은 굉장히 흥미롭다. 영국의 리버풀(Liverpool)에서 밴드 활동을 하던 이들이 어떻게 독일에 함부르크까지 가서 공연을 했는지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비틀스의 함부르크 시절 이야기를 해줄 전문가를 찾던 중에 비틀스의 공인 전기 작가인 헌터 데이비스(Hunter Davies)의 비틀스 자서전(The Beatles: The Authorised Biography)에서 비틀스의 함부르크 시대를 연구한 랭커스터 대학교(Lancaster University)의 토니 웨인 박사(Dr. Tony Waine)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쩌면 비틀스에게 함부르크는 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된 도시 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틀스는 함부르크에서의 쇼를 겸한 공연을 통해 창조적인 뮤지션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먼저 재건에 성공한 나라였다. 특히 함부르크는 자유가 넘치고 유럽에서 제일가는 향락의 도시가 되었으며 장크트 파울리(St. Pauli) 지역 레퍼반(Reeperbahn)을 주변으로 인드라(Indra) 클럽 외에 많은 성인 클럽들이 생겨났으며 독일의 돈 많은 사람들은 여흥을 즐기기 위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영국 리버풀에서 활동하던 10대의 무명밴드인 비틀스는 돈을 벌기 위해 함부르크로 가게 된다. 그들은 1960년 8월부터 1962년 12월까지 총 5번 독일 함부르크에서 공연을 했고, 한 번 공연을 가면 보통 6주 정도 머물렀다.

  

  리버풀에서 하루 한두 시간의 공연이 전부였던 이들은 이곳 함부르크에서는 밤새 공연을 해야 했다. 초창기 그들은 매일 밤 6시간 공연을 하는 것으로 계약이 되어 있었으며 이처럼 긴 시간의 공연을 위해서는 곡목이 다양해야 했다. 당시 이들은 작곡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불렀다. 특히 그들은 미국 팝뮤직의 광팬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백인 음악뿐만 아니라 흑인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섭렵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웨인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그들이 함부르크에서 불렀던 곡목은 260여 곡에 이르며 이 곡들은 모두 흑인과 백인 뮤지션에 의해 만들어진 노래였다. 이러한 훈련은 데뷔 후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영국의 미국 침공(British Invasion)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그들이 미국인들의 인기를 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당시 로큰롤의 황제였던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는 주로 백인 음악을 하는 가수였기 때문에 백인 음악과 흑인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그들은 백인뿐만 아니라 흑인까지 열광하는 뮤지션이 되었다. 

  

  또한 밤새 공연을 해야 했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번갈아가면서 노래를 해야 했고 이는 훗날 구성원 모두가 보컬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또 그들이 함부르크 공연에서 배운 것은 쇼를 하는 능력이었다. 당시 그들을 고용한 고용주는 그들에게 “쇼를 만들어라.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라.”라고 하면서 음악뿐만 아니라 쇼를 하도록 요구했다. 하루는 존 레넌(John Lennon)이 무대 뒤에서 바지를 벗은 뒤에 속옷만 입고 변기 시트를 머리에 끼고 타임지를 옆구리에 끼고 영국의 신사처럼 돌아다니면서 쇼를 하는가 하면 폴 메카트니(Paul McCartney)는 변기에 앉기도 하는 등의 풍자 쇼를 하면서 청중들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함부르크 홍등가에서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하여 고용되었기 때문이다. 

  

  10대의 명랑한 비틀스가 함부르크 성인클럽에서 밤새 노래를 하고 쇼를 하면서 청중들을 매료시키기 위한 피와 땀이 베인 노력은 만 시간의 법칙을 생각나게 하는 초기 비틀스의 서사이다. 나는 아쉽게도 비틀스를 취재하기 위해 영국을 방문하면서 독일 함부르크를 가보지는 못했다. 지금 함부르크에 가면 비틀스 광장과 공원 그리고 비틀스 박물관등 초기 비틀스의 많은 흔적들을 볼 수 있다. 특히 런던이나 리버풀에 비틀스 투어에 참여하여 비틀스를 더 많이 알게 되었는데 함부르크에도 비틀스 투어(Hempel´s Beatles)가 있다고 하니 코로나19가 끝나 여행을 하게 된다면 함부르크 비틀스 투어를 먼저 하고 싶다.

  

  ♪ 추천 곡

- 비틀스의 <She Loves You>, <I Wanna To Hold Your hand> 독일어 버전

; 비틀스의 독일 향수가 깃들어 있는 비틀스의 독일어 녹음 앨범, 1963년 히트곡, 1964년에 독일어로 녹음

 

비틀스가 함부르크에서 첫 공연을 했던 인드라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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