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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화 Oct 23. 2021

캐번 클럽(Cavern Club) 무대에 서다니!

  캐번 클럽(Cavern Club)은 비틀스가 런던에서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에 300번 가까이 공연했던 리버풀에 있는 라이브 클럽이다. 그들은 이곳 무대에서 마음껏 기량을 갈고 닦았다. 또한 매니저였던 브라이언 엡스타인(Brian Samuel Epstein)이 비틀스를 처음 만난 곳도 이곳 캐번 클럽이다.

  

  우리는 일단 공연이 없는 낮 시간에 일차로 그곳을 방문했다. 공연을 하는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비틀스를 사랑하기 때문에 처가에 온 김에 왔다는 분도 있었고, 미국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오기도 했다. 아버지는 비틀스 팬, 어려서부터 비틀스 음악을 듣고 자란 아들, 아버지는 비틀스의 <Something>을 통해 어머니를 기억하고 비틀스의 <Let It Be>를 통해  할아버지를 추억한다고 하면서 우리에게도 멋진 여행이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곧바로 우리 취재진도 캐번 클럽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영광이 주어졌다. 그때 우리를 안내하는 코디네이터가 “무대에서 공연하려면 5파운드씩을 내야 한다.”라고 말하기에 내가 “정말이냐?”라고 물었더니 농담이라면서 다만 ‘머리가 천정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라’하신다고 전했다. 정말 캐번 클럽의 무대는 악기를 세팅하고 4~5명이 서면 꽉 차는 좁은 무대에 안쪽 천정은 굉장히 낮아 키가 큰 분들은 머리가 부딪힐 정도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우리 팀이 무대에 올랐다. 그 영광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는가?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하고 라이브 공연을 많이 했던 강인봉 씨도 얼마나 떨리고 감동스러운지 나에게 영상 촬영을 부탁하며 무대에 올랐다. 아내가 그 영상 보면 감동의 눈물을 흘릴 거라면서. 우리는 사전에 혹시 캐번 클럽에 가면 무대에서 노래할 기회도 생길지 모르니 레퍼토리를 미리 준비해두자는 의견을 모았었다. 우리가 준비한 레퍼토리는 <아침이슬>, <Let It Be>, <나에게 넌 너에게 난>, 그리고 북한에서 온 청년들이 잘 아는 <심장에 남는 사람> 등 4곡이었다. 우리 팀들은 긴장한 탓에 완벽하게 공연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열창을 했다. 

  

  그런데 1961년 11월 9일 점심때 이곳에서 열린 비틀스의 공연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비틀스의 음악 외적인 모든 것을 담당해서 조지 마틴과 함께 제5의 비틀스로 회자되는 그들의 매니저인 브라이언 엡스타인이었다. 그는 당시 팝과 클래식 음반을 취급하는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비틀스가 1961년도에 독일에서 녹음한 음반인 <My Bonnie>를 찾는 고객들이 있었다. 아직 영국에서는 출시가 되지 않은 음반이었는데 이 음반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비틀스라는 밴드가 캐번 클럽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의 공연을 보려고 이곳을 찾았다. 1961년 11월 9일 비틀스의 점심 공연이었다. 브라이언은 그때 그들의 공연을 보고 그들과 계약을 하고 말 그대로 비틀스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비틀스는 이 클럽 DJ의 초청으로 이 무대에 처음 설 수 있었다. 1960년대 밴드들이 결성되었으나 그들이 설 무대는 거의 없었다. 작은 교회나 구민회관 같은 곳에서 공연을 했는데 이곳 클럽에서 DJ을 하던 분이 비틀스의 야외 공연을 보고 이곳 무대로 그들을 초대했다. 그 DJ는 이미 비틀스의 음악성을 알아본 것이다. 

  

  이 클럽은 1957년도에 재즈클럽으로 탄생했다. 비틀스 이전에도 인기를 끌었던 전국적인 클럽이었다. 60년대부터 재즈가 비트 있는 뮤직에 밀려났다. 즉 스키플에서 로큰롤로 넘어가면서 이 클럽은 로큰롤 밴드들이 공연하는 무대로 바뀌었다. 비틀스는 61년 2월에 이 이곳에서 첫 공연을 했고 63년 8월에 마지막 공연은 했다.   

  

  비틀스는 이곳에서 1961년과 1962년도에 집중적으로 공연을 했다. 특히 1961년도에는 함부르크에 공연을 다녔기 때문에 이곳 공연은 뜸할 수밖에 없었다. 비틀스가 리버풀에 머물러 있던 시기를 고려해보면 거의 매일 이 클럽에서 공연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당시에는 워낙 수요가 많아서 하루에도 두 번씩 공연도 했다. 

  

  캐번 클럽 사장님은 “특히 비틀스는 함부르크에서의 공연 이후 큰 발전을 이뤘다. 헤어스타일도 바꾸고 양복도 입기 시작하고 악기들도 직접 구입해 사용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비틀스에게 있어 함부르크는 그들을 아마추어 밴드에서 프로페셔널한 밴드로 만들어준 반석의 도시였다. 다시 한번 함부르크가 비틀스 서사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곳임을 느낀다.

  

  이곳 캐번 클럽에는 매년 75만 명의 비틀스 팬들이 방문한다. 연령층도 다양하다. 6살 어린이부터 80이 넘은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국적을 불문하고 이곳을 찾는다. 적어도 60%가 외국인이다. 비틀스가 연주할 당시인 60년대 초반에는 10대와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많이 왔다. 그 당시 밴드들도 굉장히 어렸는데, 50년이 지난 지금은 비틀스뿐만 아니라 영국 음악을 대표하는 곳이 되었다. 옛 역사뿐만 아니라 지금의 음악까지 받아들이고 대표하는 곳이 되었다. 유명한 팝 가수들이 이곳에 와서 공연을 하는데 섭외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사장님께 물었을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솔직히 유명한 팝 가수들을 모셔 오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고 그렇다고 한 사람당 입장료로 수백 만 원을 받을 수도 없고 사람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도 아니어서.” 그의 말을 다시 한번 대내이면 “우리가 돈을 받은 것도 없고, 우리가 돈을 준 것도 없고” 그들은 그냥 와서 공연을 하고 사장님은 그런 것이 좋다고 말씀하신다. 그냥 특별히 곳이니까 그들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캐번 클럽에 있어서 비틀스는 종교적인 존재이다. 가톨릭한테 교황이 있고 로마가 떠오르듯이 캐번 클럽은 팝뮤직, 영국 팝뮤직의 성지 같은 곳이다. 모든 비틀스 팬들이 성지 순례하듯이 이 클럽을 방문한다

  

  사장님은 비틀스의 공연 중에 있었던 일화 하나를 들려주었다. 

  비틀스가 런던에서 데뷔하고 나서 63년 8월에 이곳을 다시 찾았을 때의 일이다. 그때는 비틀스가 이미 영국 NO.1 차트를 세 번이나 석권을 했을 때였다. 비틀스가 이곳으로 돌아와 공연을 하게 되었다. 비틀스의 공연을 보려고 사람들이 표를 사려고 며칠간 줄을 서고 난리가 났었다. 그런데 비틀스가 공연하려고 무대에 딱 섰는데 아뿔싸 전기가 나갔다. 그때 존 레넌이 밴드들한테 들으라는 식으로 “그것 봐, 내가 여기 오지 말자고 했잖아.”라고 이야기를 했다. 해석이 다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사장님은 이를 영국식 유머로 해석했다. 약간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캐번 클럽은 그만큼 비틀스와 팬들이 더 가까이 교류를 하고 교감을 하는 예로 해석을 했다.

  “비틀스에게 있어서 이 클럽은 옛날 좋은 날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겠다”라고 사장님은 말한다.

  존 레넌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캐번 클럽을 떠나고 나서 우리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라고. 

  그들은 이곳에서 즐겁게 걱정 없이 연주했다. 그들에게 이곳은 행복하고 기쁜 날들로 추억하는 것 같다. 돌아가고 싶은 고향 같은 곳이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매일 여러 밴드들이 공연이 이뤄지고 있다. 무명 밴드도 있고, 가끔은 영국의 유명 뮤지션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한다. 우리가 취재를 갔던 날도 비틀스를 오마주한 헌정 밴드가 공연을 했고 특히 호주에 있는 한 텔레비전 방송국에서는 이곳에서 예능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었다. 

  

  캐번 클럽 사장님이 좋아하는 곡으로는 비틀스의 <Get Back>을 꼽았다. 비틀스 밴드의 마지막 공연을 했을 때의 곡으로 비트가 강하고 그 당시 보여주었던 퍼포먼스는 어느 밴드들보다도 뛰어났다고 설명한다. 이곡은 밴드로서는 비틀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였다. 비트가 강하지만 왠지 슬픔이 느껴지는 곡이다. 10년 간 함께 한 여정의 끝을 보는 것 같은......


♪ 추천 곡 

- 토니 셰리던, 비틀스 (Seridan&The Beat Brother) <My Bonnie>

- The Beatles <Get back>


비틀스가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에 300번 가까이 공연을 했던 캐번 클럽 무대에 선 취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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