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순화 Oct 23. 2021

비틀스 스토리 하얀 방에서

  리버풀은 비틀스의 구성원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 런던으로 가기 전까지 밴드 활동을 했던 곳이어서 비틀스의 서사가 많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리버풀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바로 비틀스 스토리(The Beatles Story)였다. 비틀스 박물관이 아니라 비틀스 스토리인 것처럼 비틀스의 음악뿐만 아니라 분위기, 감성까지 전달하고 싶은 의지가 담겨 있는 곳이다.  

  

  이곳 관장님은 매일매일 역사를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냥 지나가다 누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존 레넌의 형제이고, 바로 옆에 있는 분은 비틀스랑 같이 연주했던 사람이고, 그런 사람들이 여기에 오니까 매일매일 살아가는 것이 비틀스의 역사를 살아가는 것과 똑같다고 말씀하신다. 이를 두고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 

 

  이곳에서는 공동으로 전시회를 여는가 하면 2년에 한 번 기획전을 열기도 한다. 관장님이 기억에 남는 기획전은 4년 전에 존 레넌의 아들 줄리아 레논과 같이 했던 기획전인이다. 그때 레논 가문의 모든 물품이 전시되었다고 한다. 특히 신시아 레논(존 레넌의 첫 번째 부인이자, 줄리아 레논의 어머니)이 리버풀에 와서 평화의 조각상을 세웠는데 아직도 리버풀에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아쉽게도 리버풀에 있는 동안 그 조각상을 눈여겨보지 못했다. 그리고 물론 코로나 19로 성사되지는 못했으나 2019년에 비틀스 스토리에서 BTS를 공식 초청하기도 했다.

  

  비틀스 스토리 관장님이 제일 소개하고 싶은 곳은 바로 우리가 인터뷰를 진행했던 키즈 존이었다. 이곳은 5~7세 어린이들이 와서 비틀스 노래를 읊고 춤을 추는 공간인데 7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즐겨 들었던 노래들을 어린이들이 다 외우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이 비틀스 음악이 대대손손 이어지는 것 같아 정말 감동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비틀스 스토리를 글로 잠깐 소개한다.

  비틀스 스토리 입구에 가면 전 세계에서 이곳을 찾은 비틀스 팬들을 위하여 다양한 언어의 통역기들이 있는데 일본어 통역기는 있는데 한국어 통역기는 없어 무척 아쉬웠다. 2018년 4월부터는 한국어 가이드도 제공되고 있다. 

  

  비틀스 스토리에서 맨 처음 만나게 되는 부분이 바로 로큰롤이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스와의 이야기이다. 존 레넌은 ‘엘비스가 없었으면 비틀스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엘비스는 1950년을 장식한 뮤지션으로 비틀스는 엘비스의 음악을 듣고 자랐다. 비틀스 멤버 모두 엘비스의 광팬이었다. 비틀스 스토리에는 이처럼 비틀스와 엘비스 프레슬리와의 관계에서부터 시작해서 비틀스의 초기 시절부터 존 레넌이 마지막 방까지 비틀스가 걸어온 길을 역사 순으로 당시 사진과 영상, 그리고 비틀스와 관련된 귀물들을 공간마다 구성해서 전시를 하고 있다. 

  

  런던에서 로드 씨가 드럼이 없던 시절에 빨래판이 드럼을 대신했다고 했는데 진짜 빨래판도 보였고, 베이스 기타를 살 수가 없어서 울림통 하나에 줄을 매달아 베이스 소리를 낸 이야기, 비틀스의 함부르크 시절을 재연해 놓는가 하면 초창기 존 레넌이 투자해 존의 친구가 창간했던 신문, 그 신문은 오래가지 못해 망했다고 하는데 비틀스의 마케팅을 위한 신문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신기한 이야기들로 가득 찼다.

  

  그리고 가이드가 비틀스 스토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방이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방으로 <Imagine> 영상에 등장하는 방을 그대로 살려놓은 방이라고 소개하며 <Imagine>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 나는 울컥했다. 그리고 다른 스텝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몰래 나의 눈물을 훔쳤다. 그 순간 왜 그런 감정이 복받쳤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하얀 방에 하얀 피아노가 놓여 있고 피아노 위에 존의 트레이드 마크인 안경 하나가 놓여 있다. 그리고 피아노 옆에는 기타가 하나 세워져 있다. 2분도 반 정도 되는 그리 길지 않은 노래 <Imagine>, ‘전쟁이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세요. 당신은 나를 몽상가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요. 언젠가 당신도 나와 함께 할 것이라고 믿어요. 우리 같이 전쟁 없는 세상, 눈물이 없는 세상을 생각해봐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당시의 울컥했던 감정이 되살아난다. 

  전쟁 없는 세상, 갈등 없는 세상, 경계가 없는 세상, 평화를 꿈꾸었던 존 레넌, 

  그는 비틀스의 함께 늘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 추천 곡 

 - 존 레넌의 <Imagine>


리버풀 비틀스 스토리의 존 레넌의 Imagine 방 


이전 12화 비틀스와 독일 함부르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