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커피 사셨어요?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커피 사 가도 될까요?”
오전 8시도 안 돼서 후배 S한테 문자가 왔다. 이 친구가 출근 전에 커피를 산다는 연락을 한 적이 있었나. 어제 내가 화를 내서 오늘 커피를 사나 보다. 좋은 말로 해도 되는 걸 미숙하게 반응한 건 나인데, 커피는 왜 S가 산다고 하지. 어제 욱했던 일이 후회스럽다.
어젯밤에 집에서도 식구들한테 화를 내고 말았다. 딸아이가 아이돌 춤 연습을 많이 하더니 조만간 기획사 오디션을 보러 간단다. 내게 친구 2명도 같이 데려갈 수 있는지를 물었다. 지난번에는 친구 1명만 같이 가기로 한다더니 그새 소문이 나서 다른 친구까지 가고 싶어 한다고 했다. 되는지 안 되는지만 알려주면 되었는데.
"내가 너네 가이드냐? 여기저기 소문을 내서 친구들까지 들썩거리게 하냐"
그 와중에 식탁에 저녁을 먹고 안 치운 소스가 보여서 아내에게도 한소리를 했다.
"이건 언제 치울 거야"
나는 늘 이런 식이다.
하루가 지났다. 퇴근해서 집에 왔더니 초등생 아들 혼자 소파에 앉아서 휴대폰 게임에 빠져 있다. 건성으로 인사를 하고는 게임하느라 정신이 없다. 조금 있다가 배가 고프다길래 저녁을 차려줬더니 한 마디를 한다.
“엄마랑 싸울 때는 방에 들어가서 싸워
싸우는 소리 정말 듣기 싫어”
“아빠가 엄마랑 싸우는 게 아니라 아빠가
화를 낸 거야. 엄마는 잘못 없어”
아내가 퇴근하면서 사과를 한 봉지 사 들고 왔다. 저녁을 먹던 아들이 작게 말했다.
“잘못했으면 얼른 사과해야지”
사과만 백날 하면 뭐 하니. 맨날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데. 나는 아직 멀었다.
* 다음화는 '얼어 죽을 달리기'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본문의 이미지는 AI를 통해 생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