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짜툰에 빠진 아들과 시골 똥개를 기억하는 아빠 이야기
뽀짜툰. 요새 초등생 아들 녀석이 즐겨보는 책이다. 며칠 전 아이가 직접 도서관에 가서 빌려온 만화책 시리즈인데 우리 집 거실 소파 위에 여러 권이 흩어져 있다.
어제는 앉은자리에서 두 시간을 넘겨 읽었다. 어찌나 장한지. 아내는 아이에게 책을 보라 하면서도 만화책을 보는 건 안 좋아하지만, 만화책이 어때서 만화책이든 뭐든 본인이 좋아하는 책을 가리지 말고 많이 읽으면 좋겠다.
전에도 본 이야기라고 하길래 뭘 또 보냐고 하니까 다 까먹어서 다시 봐도 재미있단다. 아이는 주인공으로 나오는 고양이가 또 죽었다고 슬퍼했다. 고양이 대여섯 마리 중에 벌써 세 마리나 죽었다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아빠는 고양이가 죽었는데 왜 웃어? 사이코패스야?”
“나는 읽지도 않은 책인데 뭘. 죽었다 해도 옛날에 죽었을 테고 진짜 죽은 게 아니라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잖아”
아들 녀석이 요즘 들어 택배 상자를 모은다. 고양이 입양 이야기도 자주 하고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걸까?
우리 시골 할머니 댁에도 강아지랑 고양이가 있었다. 할머니네 동네에는 집집마다 개랑 고양이를 키웠다. 개는 사람들 인기척을 알렸고,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고살았다. 개는 마당에 묶어 놓고 고양이는 밖에 풀어놓고 키웠는데 고양이들은 가끔씩 쥐약 먹은 쥐를 먹고 죽었다. 방 안에서 키우지는 않았다. 그냥 가축이었다.
시골 개들은 거진 똥개였다. 사람이 먹다 남은 밥을 가리지 않고 먹었고 가끔 목줄이 풀리면 뒷간으로 뛰어 들어가 똥을 먹었다. 한겨울에 밖이 너무 추운 날이면 할머니는 새끼들을 사과상자에 담아 방 안에 들였다.
꼬물거리는 강아지와 고양이는 움직임만으로도 사랑스러웠다. 한 번은 새끼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잠을 자다가 고양이 발톱에 얼굴을 할퀴기도 했다. 새끼 고양이도 꼴에 맹수라고 발톱이 있었다.
그렇게 키운 강아지가 다 크면 어느 날 갑자기 안 보였다. 할머니가 이웃집 잔칫날 팔았다고 했다. 당시 어린 나이에도 나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이 갔다. 울면서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말라고 해도 소용없었다. 시간이 흐르면 할머니는 다시 새끼 강아지를 들였고, 다 자란 개는 어느 날 개장수나 이웃집에 팔렸다.
그 뒤로 여태까지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멀리하고 살았다. 아들아 고양이를 감당할 수 있겠니.
개보다 손이 덜 간다지만 아닐 거야.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 다음화는 '미숙한 팀장과 못난 아비'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본문의 이미지는 AI를 통해 생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