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은 OO초등학교 확진자 발생에 따라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셨습니다...(중략)... 격리 물품 수령 후 자택에서 자가격리 부탁드립니다”
지난 일요일 밤 12시 문자 하나가 왔다. 보건소 감영병 대응팀에서 보낸 것이었다. 아이의 같은 반 친구가 확진되어 우리 아이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다는 내용이었다. 문득 머릿속에 떠오로는 한 마디.
‘또?!’
사실 불과 한 달 전에도 같은 문자를 받았었다. 그때도 같은 상황이었다. 아이 같은 반 친구의 확진 판정으로 아이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됐었다. 한 달에 한 번 돌아오는 2주간 자가격리라니...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사무실 일도 바쁜데 또 자가격리야?’
지난달에도 아이와 함께 자가격리를 하며 2주간 재택근무를 했었다. 재택근무는 아무래도 업무 효율이 떨어졌다. 사무직 업무를 하는 나는 주로 컴퓨터로 일을 처리했다.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대부분의 자료들은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돼 있었다. 이메일로 자료를 전달받은 것도 한계가 있었다. 사람들과 업무 협의를 통해 처리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카톡이나 전화를 통해 소통을 하는 것도 서로를 답답하게 했다.
또, 하나의 생각. ‘코로나 정말 코 앞에 와 있구나’
‘방귀가 잦으면 X이 나온다는데 이러다가 가족 중에 누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됐다. '한 순간 방심이나 부주의가 더 나쁜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일상. 명절 고속도로 위 꽉 들어찬 차량들처럼. 이 지긋지긋한 '정체 일상'이 언제나 끝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으로의 회복, 누구나 간절히 바라는 소망.
신문기사를 보는 데 다른 느낌의 두 가지 기사가 눈에 띄었다.
‘코로나 학번’ 2년제 대학생 “비대면 수업만 하다 졸업할 판” (한겨레, 21년 7월 21일)
우리 아이도 ‘코로나 1학년’이었다. 초등학교 입학하던 해 코로나가 터졌다. 온라인 입학식으로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등교한 날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2학년이 되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1년 내내 주로 했던 일은 집에서 TV를 보는 일이었다.
초등학생과 견줄 수 없이 코로나 학번 2년제 대학생들에게 '학습 격차'는 현실일 것이다. 당장 취직을 해야 하는데 실습을 못해 취득하지 못한 자격증. 어찌어찌 취직이 되더라도 배운 것이 없어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느낄 당혹감. 누구도 보상 해거나 보충해 줄 수 없는 현실이다.
‘최고 부자 베이조스, 100km 우주 관광 성공... “최고의 날” (연합뉴스, 21년 7월 21일)
아마존 CEO 베이조스가 ’ 카르만 라인‘이라는 고도 100Km 넘어 ’진짜 우주 관광‘을 성공했다고 한다. 해외 언론은 ’ 민간 상업 우주관광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도움이 되는 역사적인 비행’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개개인의 일상은 멈춰있는데 시대는 한 발작씩 전진하고 있는 느낌이다. 최근 뜨는 디지털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가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란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 세계를 말한다. 글로벌 기업이나 국내 대기업들도 메타버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메타버스를 통해 신제품을 출시하여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기도 한다. 온라인 설명회를 메타버스를 통해 개최하고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비대면 세상, 온라인 경제, 집콕 세상... 불편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새로운 일상들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바라는 '일상의 회복'이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 바이러스의 위협으로부터는 안전해지되, 비대면, 온라인, 집콕이라는 새로운 일상은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일상이 될 것이라는생각.
우리네 일상은 멈춰 선 듯 보이지만 새로운 일상은 진행형이다. 느끼지 못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가 돌고 있는 것처럼. 새로운 일상에서 살아남자. 과도기도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