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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울림 Oct 07. 2020

#.8

주간 <임울림>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디지털 싱글 앨범을 낸 적 있었다. 오늘은 목소리에 대해 말하고 싶다.


한국 나이로 스물아홉까지는 원 없이 놀아보자는 게 내가 다시 없을 젊음을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곤 했는데 그중 음반 내기가 있었다.


2016년 초, 길고 긴 대학교 생활을 1학기 남겨두고 휴학을 결정했다. 휴학 중에 마치 도를 닦듯이 지하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친구들과 엉켜 살았고 흥얼거리며 습작 몇 개를 했다. 문법도 맞지 않는 영어로 멜로디를 읊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음성 메모로 남아 있던 습작은 2017년 졸업할 때까지 뭉텅이 돌처럼 처박혀있었다. 그러다가 시작한 걸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게 2018년. 그해 11월, 한 달 간의 유럽여행 복귀가 하루 남았던 그 날 첫 싱글 앨범이 나왔다.


처음이라 모든 것이 생소했지만, 작업 당시 가장 어려웠던 건 내 목소리를 반복해서 들어야만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질적이고 온몸이 간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듣고 듣고 수백 번 듣다 보니 무던해지더라.


최근 우연히 녹음된 친구와의 대화를 다시 들으면서 동일한 감정을 느꼈다. 내 목소리가 이렇게 부끄러웠나?


'나'는 오픈하기엔 여전히 부끄럽다. 다시 열어보고 싶지 않은 상자, 그럼에도 직시해야 답이 나온다. 요즘 내게 하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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