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만.
군인 : 군대에서 복무하는 사람. 육해공군의 장교, 부사관, 병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
(네이버 어학사전 출처.)
「군인가족에게 현실은 영광이자 호된 시련의 장이다. 군대는 그들을 최대한 시험해본다. … 평화 시에도 군인가족은 매우 엄격하고 요구적인 삶의 방식이라는 색다른 압력에 대처해야만 한다. 즉, 자율성이 결여되고 제한된 프라이버시만이 존재하는 꽉 짜인 권위주의 체제, 재정적인 어려움,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그 둘을 모두 장기간 동안 가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지내도록 만드는 근무체계, 잦은 전출, 그리고 부상이나 사망의 가능성 등이 바로 그것이다.(군인가족상담 中, Lynn K. Hall 저. 이정원·류숙희·한수미 공역 」
군인가족으로 살아온 지인께서 과거 남편과 혼담이 오갈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을 말씀해 주었다.
“군인은 나라를 위해 헌신하기로 고백한 사람들이야. 나라에 충성하기로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중요한 일이 있거나 급한 일이 있을 때 나라일이 먼저다. 가족은 그다음이야. 나머지 몫을 네가 혼자 스스로 다 해야 돼. 가정을 혼자 이끌어 갈 수 있겠다면 군인가족하고 그렇지 않으면 인연을 접어라.”
그분이 나의 지인이었다면 과연 군인과의 결혼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혹은 지난 십여 년 간 생활해본 내가 막 결혼을 앞둔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군인의 아내로 산 다는 건, 남편과 함께 하다가도 대소사의 일이 있을 때 부대가 먼저 되는 사안을 감당해야 하는 중책이 부여된다. 남편이 나라일로 출근할 때 아내는 가정을 버팀목으로 단단히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요즘 같은 코로나19 시기, 자연재해, 나라의 대소사나 안위가 걸린 일 등. 나라가 부르면 언제든 출동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수다.
2018년. 태풍 ‘솔닉’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만연했을 때. 뉴스에서는 이런 말들을 전한다. 제주도에서는 간판이 날아다니고 사람이 걷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세다 더라, 더해서 한반도를 강타할 예정으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더라, 이미 어느 지역에서는 피해가 극심하다더라. 밤부터 시작해서 다음날까지 영향이 있을 거라더라. 뉴스만 봐도 간밤에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있어야 하나 조바심이 난다. 준비했다고 하는데도 무언가 특별한 조치를 더더욱 취해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도 인다. 연신 방송에서 떠들어대니 불안함이 가중된다.
저녁에 남편은 비교적 일찍 퇴근하고(7시) 귀가했다. 자연재해임에도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가족이 모여 있으니 안심도 되었다. 한데 그것도 잠시. 남편은 굵은 테이프를 손에 쥐어주고는 부대에서 잔다며 다시 집을 나섰다. 괜찮겠지만 혹시나 모르니 창틀을 중심으로 테이프를 붙이고 아이들과 잘 자라면서. 감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불쑥 아쉬움이 자리한다. 맞다, 남편은 군인이었지. 새삼 느낀다.
나라에 심각한 일이 있을 때는 더 집에 들어오기가 어렵다. 한참 확성기 사건이 있을 때. 남편은 2주간 부대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장병 분들과 나라를 지켰다. 아파트 앞 도로에 탱크들이 연달아 지나가고 공포감은 짙어지는데 기댈 곳은 뉴스밖에 없었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전쟁이 발생할 시 내가 알아야 될 것들이었다. 군인가족들은 어디에 집합하거나 남쪽에 있는 친정에 가도 좋다는 말, 만약 전쟁이 일어나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수당은 내 앞으로 해 두었다는 말, 군인가족이라는 증명을 할 수 있는 방법 등.
무서웠다. 나라가 어수선하니 돈 때문에도 아니고, 살 방법이 걱정되어서도 아니었다. 우린 가족인데 떨어져 있다는 사실에 간담이 서늘했다. 죽더라도 함께 같은 곳에서 있어야 하지 않나, 사람 목숨이 귀한데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압박해오는 공포감이 무서웠다.
자연재해, 나라의 안위가 걸린 일. 당연히 군인이라면 나라를 지켜야 한다. 머리로는 아는데 받아들이기가 무서울 때가 있다. 만약이라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나와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 악착같이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엄마임을 체감하게 된다. 남편은 함께 해 줄 수 없다. 혼자 어린아이들을 챙겨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감정을 들키고 싶지도 않다.
요즘같이 나라에 질병이 창궐했을 때. 이 때도 책임감은 막중하다. 행동함에 신중 또 신중해야 하고 휴가를 반납함은 물론이며 부대 일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해서 남편은 오늘도 부대를 점검한다. 장병들도 챙긴다. 혹시나 벌어질지 모를 상황에 대비해 부대에서 장병들과 함께 동고동락한다.
가정을 오롯이 나에게 맞기고 집을 나서는 남편의 뒷모습이 안쓰럽다. 어린 자식들과 가정을 두고 나가는 아빠의 마음은 오죽할까. 발걸음이라도 가볍게 해 주려 집은 걱정 말라고, 괜찮다고 말해 준다. 군인의 아내는 비상시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담대해야 한다. 나라를 위해 나서는 남편을 응원하고 토끼같이 어린 자식들에게 별일 없을 거라며 다독거릴 수 있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
계급문화와 특유의 환경이 내포되어 있는 군인가족 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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