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쓸모의 BIG쓸모

담원의 엽서 Vol.2 postcard016

無쓸모의 BIG쓸모
예쁘고 귀여운 건 쓸모가 없어도 자체로 쓸모 있어

담원글. 글씨



문구점에 갔다.
그림이 가득한 메모지를 예뻐서 샀다.
그런데 예쁜 그림이 가득해서 글씨를 쓸 공간이 없다.
그래서 뒷면에 메모를 한다.
쓰다보니 메모지 뭉치를 아예 뒤집어놔서
예쁜 그림은 책상에 엎드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다 써 없앨 때까지 그렇게 놓여있었다.
이러려면 예쁜 메모지를 왜 샀나 싶었다.

또 문구점에 갔다.
나는 또 예쁜 메모지를 예뻐서 샀다.
메모하는 기능만 하는 메모지는 책상 위에 즐비한 이면지로도 충분해서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어처구니 없는 비이성적 소비패턴을 보며
나는 문득 내 직업의 정체성을 깨닫는다.
꼭 필요하지는 않은 물건, 때로는 예쁨이 원래의 기능을 방해하는 물건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 나의 직업이더라.

하지만 세상엔 꼭 필요하지 않아서, 비효율적이라서 필요한 것도 있다. 귀여움, 사랑스러움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만족이 되고 에너지가 된다. 이 얼마나 확실한 쓸모인가?

나는 에너지를 응축하기 위해 무쓸모한 것들을 사모으고, 그렇게 응축한 에너지로 큰 쓸모가 있는 무쓸모한 것들을 창작할 것이다. (응?)

#간장공장공장장 #무쓸모한것을만드는유쓸모한직업 #결국충동구매에대한합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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