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껴안는 글쓰기. 나껴글
32살에 한 번도 회사에서 일해 본 적이 없다. 친구와 좋아하는 것으로 작은 자영업을 했었다. 이제와 돌이켜 보건데, 친구와 내가 했던 것은 스스로 영업을 한다는 뜻에서 자영업은 맞았지만 사업은 아니었다. 가장 영업이 잘 됐을 때 수익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도에 머물렀기도 했거니와, 운영하던 대표인 우리들의 마음도 사업가라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때는 우리가 '사업'을 한다고 착각했다. 이제서야 생각해보면 사업이라는 건 '확장성'을 크게 염두에 두는 것이다. 나 혼자의 몸품만 팔아서 1:1 교환식으로 돈을 번다면 그것은 사업이라기보다 그냥 숭고한 노동이다. 사업가라고 하면 몸품을 팔아서 차곡차곡 버는 형태의 일이 아닌, 시스템을 만들어서 그 결과 확장성을 발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에 성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요 며칠 깨달았다.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은 사업이 아니라, 그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내 몸품을 팔아서 성실히 생활비를 벌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제껏 내가 해왔던 선택과 요며칠 내가 마음을 쓰고 있는 일의 행태를 보면 나는 분명 확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우직히 실천하며 그 과정에서 오는 소소한 만족을 누리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울적함도 왔다. 내가 살아가는 삶에서 큰 돈은 없고, 소소한 돈들만 있겠구나라는 자각이었다. 어쩌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지금도 역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나는 돈을 회사원들 이상은 벌지 못하겠구나, 어쩌면 그 이상은커녕 이하에서 내 소득이 맴돌겠구나 라는 자각을 했기 때문에 오는 울적함이었다.
근데 뭔가 울적함의 이면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면서, (사업이 아닌) 단순한 업으로 해나간다는 게 주는 만족스러움이 있었다.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왔었고, 앞으로도 계속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며 살아가기로 마음속에서는 이미 선택이 내려진듯한 기분이다.
근데 신기하게도 울적함보다는 겸허함이, 그리고 건강히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사업가의 삶을 살아가는 건 아니지만, 나는 소박하게 그러나 뜨겁게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몸품을 팔며 살아갈 것 같다.(근데 웃기게도 사업자 등록증은 있을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내 일을 하긴 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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