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은 주민과 함께
베를린의 도시재생은 통일이후 베를린의 도시계획을 책임졌던 베를린의 총괄 건축가 한스 슈팀만의 역할 때문이기도 했다. ‘비판적 재건’이라는 슬로건 아래 통일 이후 베를린의 공간구성과 도시계획을 책임졌던 한스 슈팀만은 구도심의 경우에 박물관섬이라 불리는 지역에 있는 대성당인 베를린 돔의 실루엣을 살리기 위해 모든 건물은 22M를 넘지 않도록 하고 옛 건물은 그 모양을 가능한 원형 그대로 살리면서 건축을 하도록 했다.
물론 이같은 방침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있었다.
유대인박물관으로 유명한 다니엘 러베스킨트(Daniel Libeskind) 같은 사람은 한스 슈팀만(Hans Stimman)의 이런 방침이 베를린이 현대적 도시로 발전하는 데 방해했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년동안 한사람이 일관되게 도시의 공간구성에 대해 끌어갈 수 있다는 것이 한 도시가 자신의 특성을 갖는데 기여했던 요소임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서울시도 서울시 총괄 건축가라는 직책을 만들고 서울의 모든 건축과 관련해 의견을 낼 수 있게 하고 있지만 공무원들이나 건축계에서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주었다며 상당히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건축’의 시대라고 할만큼 건축이 중요해진 지금 시대에 서울시의 이런 제도는 그 취지를 잘 살려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중앙정부가 재생과정을 설계하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더구나 도시 재생에서의 핵심은 사실 특정한 공간과 그 공간과 관계 맺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그 지점은 빈 공란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설계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처럼 지역개발에 정부가 예산 나누어 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도시재생뉴딜은 개발의 다른 이름처럼 여겨진다.
베를린에서는 곳곳에서 다른 이야기와 만난다. 동네 가운데 있는 텃밭이자 공원인 '공주의 정원'은 동네 한가운데 있는 쓰레기 하치장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의 노력으로 훌륭한 도시텃밭으로 거듭난 경우이다. 동네 한가운데에 있는 도시 텃밭은 공원이자, 새로운 문화공간이고, 휴식공간이 되어 마을의 격을 다르게 만들어 주었다. 일관된 건축방침과 이야기가 있는 시민들의 참여와 예술의 결합,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지원시스템이 이처럼 도시를 다르게 만든다.
우리의 도시 재생 전략이 이런 점을 참고로 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 힘 등 당시 야당후보들은 앞다투어 기존 도시재생전략을 비판했다. 벽화나 만들어주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라고. 실제 안철수 후보는 서울시 도시재생의 상징적 공간인 창신동을 방문해 격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소방차가 들어가지도 못하는 곳이어서 기본적으로 재건축, 재개발을 해야 하는 곳인데, 지붕수리나 벽화그리기나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금의 도시재생은 지붕수리나 벽화그리기가 주된 사업도 아니지만 무엇보다 창신동이라는 공간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데, 이곳은 한양도성 근처여서 기본적으로 고도제한이 있는 곳이라 재개발 방식의 재건축이 어려운 곳이다. 오세훈 시장의 당선 이후 현재는 재개발을 확정하고 연구용역등 기획단계에 있는 상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정문헌 종로 구청장은 100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을 짓는다는 공약을 하기도 했다.
이 곳은 오랜 시간 동대문시장에 의류를 공급하는 소규모봉제, 의류공장들이 1,000여개 이상 있는 곳이다. 필자가 도시재생이 시작된 초기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 000간 같은 청년디자이너들이 만든 사회적기업들이 이런 동네의 봉제공장과 결합해 독특하고 창의적인 상품을 만드는 것과 함께 지역의 스토리를 살린 사람들의 네트웍을 통해 다양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면서 창신동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창의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 볼만한 곳이다.
서울은 지금 다시 개발에 기초한 성장전략으로 도시발전전략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도시재생조차도 코로나 이후 시대의 도시에서는 도시재생 모델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 방향은 재개발, 재건축이 아니라 생활권도시를 재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종린 교수의 ‘현재의 주민 주도의 생활환경의 개선에서 일, 주거, 놀이가 한 지역에서 가능한 생활권 도시의 구축으로 전환해야 한다. 생활권 도시의 건설이 목표라면 도시재생 주체와 범위의 재조정이 중요하다. 도시재생의 주체를 주민에서 이해당사자로 범위를 낙후지역에서 생활권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그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파리의 이달고 시장이 15분 도시를 새로운 파리의 발전전략으로 택한 것처럼 기후위기의 시대에 도시가 위기를 극복하고 시민들의 삶을 안전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도시공간의 재구성과 설계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한 전략인 시기에 도달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