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호의를 배우다
오랜만에 정돈된 도시를 가게 되어서 좋았는데 싱가포르의 물가는 너무나도 비쌌다. 밤에 도착한 공항의 첫인상은 지금까지 인천 공항에 최고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더 좋은 공항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공항이 깔끔하고 바닥도 카펫이 깔려있어서 그런지 바닥에 누워서 자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안전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보지는 못했지만 들리는 말에는 극장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공항에 터미널이 4개여서 그런지 규모가 굉장했다(참고로 인천 공항은 터미널이 2개이다). 싱가포르에서의 첫 식사는 공항에 도착해서 했던 버거킹이었다. 오랜만에 본 버거킹 간판이 반갑고 햄버거도 먹고 싶어서 왔는데 그 가격은 와퍼세트가 만원이 넘었고 그동안 동남아 물가에 적응이 되어 있어서 더욱 비싸게 느껴졌다. 할 수 없이 8000원 정도 하는 다른 동남아 나라에서는 정말 비싼 가격이지만 거기서는 비교적 저렴한 햄버거 세트를 먹었고 햄버거의 사이즈는 가격에 비해서 너무나도 작았다. 비싸지만 너무 작은 음식의 양이 싱가포르의 비싼 물가의 첫 느낌이었고 싱가포르에 지내면서 이 물가에 적응해야만 했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서도 물가의 압박은 계속되었는데 예약할 때 불포함된 세금을 포함한 가격은 10인실 도미토리가 하루에 약 45000원이었다. 보통 하루에 쓰는 돈을 5만 원 정도로 생각하면서 여행했는데 싱가포르에서는 숙박비만 다른 곳에서 하루 동안 쓰는 돈만큼 내야 했다. 물가가 생각보다 너무 비싼 나라였다.
싱가포르 사람들의 느낌은 서울 사람들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이 있었다. 물건을 살 때나 음식점에서도 무표정에 거의 미소가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도시 사람들이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싱가포르를 여행하면서 사람에게 느낀 호의가 정말 따뜻하다고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미얀마 여행에서 만난 싱가포르 친구 에디 덕분이었다. 미얀마에서 하루 정도 같이 다닌 것이 전부였고 싱가포르에 오게 되면 연락하라고 해서 큰 기대 없이 연락하고 만났는데 그 친구의 호의는 단지 하루 만난 친구에게 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만나서 점심을 사주고 그 친구가 구경시켜 줄 곳을 다 생각해왔는지 짜임새 있게 구경시켜주고 레이저 쇼를 하는 시간에는 그 장소로 가주고 저녁까지 사주고 헤어졌다. 정말 고마웠다. 그 친구 덕분에 구경도 잘했다.
그러다가 싱가포르에서 여행 중에 맞는 나의 첫 번째 생일이 있었다. 그날은 혼자 싱가포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가서 놀이기구를 타고 구경하는데 저녁때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같이 저녁을 먹고 이 친구가 생일이라고 기억에 남도록 두리안 케이크도 사주고 그때 미얀마에서 만났던 일본인 친구 카나와 그녀의 친구 찹스도 같이 만나서 내 생일을 축하하고 같이 케이크를 먹었다. 이 때도 내가 너무 에디에게 신세 지는 것 같아서 저녁 식사를 계산하려고 했더니 생일인 사람이 왜 계산하냐면서 또 에디가 다 계산을 했다. 정말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고 베푸는 모습에 내가 그전에 이 정도면 친절하다고 생각했던 틀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하던 친절은 이 친구의 친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생일에 어렸을 때처럼 뭔가 파티를 해야 된다는 생각은 별로 없고 그냥 혼자 조용히 보내도 괜찮지만 이렇게 외국에서 친구들과 같이 보내고 축하를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특히 에디의 호의는 싱가포르 여행을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게 해 주었다. 이런 친절함이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단지 지인의 관계를 친구로 만들 수가 있는 것 같다. 에디에게 친절함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나도 여행 중에 이런 친절을 주변에 베풀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그리고 에디와는 계속 연락을 하고 있고 그의 친절에 보답하기 위해 에디가 한국에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