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봄을 꿈꾸는 나의 봄(2)

그물에 걸리지 않는 꿈

by 나의봄

꿈은 햇살에 비추는 물결 같았다.

바라볼 때는 눈부시게 반짝이지만,

그 손을 너무 깊이 담그면

뭐라고 딱 규정하기 어려운 말.


아이들의 꿈이 그랬다.

어떤 학생의 꿈은

잔잔히 빛나는 강물 같았고,

툭, 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흘러 흐름을 주었다.


어떤 학생의 꿈은

깊이 내려앉은 밤바다 같았다.

나도, 아이도

그 깊숙이 같이 잠잠히 잠행.

어떤 꿈을 그물에 담을까,

서로가 함께 고민했다.


웃고, 울고,

화내고, 품어주던 시간들이 지나고

제법 수업에 자신이 붙기 시작했을 즈음.

나는 중3 외고 입시용 자기소개서를 도와주는 일을 맡게 되었다.


“꿈을 꾸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나요?”

셀 수 있는 글자 수 안 그 질문 속에서,

셀 수 없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꺼내야 했다.


그리고 그 문장들.

일렁이는 아이들의 꿈속에서

나는 진주 하나를 건져내야 했다.


처음에는, 그 일이 재미있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보고,

누군가의 망망대해를 같이 헤엄치고,

그 속에서 빛나는 한 조각을 찾아내는 일.

정말, 설렘 그 자체였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나도, 아이들도

절대적인 시간이 항상 부족했다.

매일 해야 할 수업과

매일 해야 할 공부 속에서

우리는 잡히지 않는 꿈을

붙잡으려 애썼다.


원서 제출까지 남은

고작 3개월.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시험도 치러야 했고,

누구보다 멋진 나를 증명하는

자기소개서를 써내야 했다.


늘 시간이 없는 아이들을 대신해

나는 서점에 들러

유명한 사람들의 직업 리스트를 모조리 적어왔다.


피곤한 얼굴로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나는 이미 빛나고 있는

세상의 보석들을 들이밀며

“너도 이렇게 빛나야 해”라고

등을 두드리고 말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내가 일으킨 그 소용돌이 속에서

조용히 자아의 껍질을 뚫고

알지도 못했던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따라

생각하지도 않던 꿈을 만들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땐 나도 어려서

“이 길을 못 찾으면 안 돼.

이 중에서 반드시 너만의 길을 만들어 너의 가능성을 설명해줘야 해.”


나는, 어느덧 아이들에게

진짜 자신들의 속마음을 들여다 보기보다는

세상을 흉내 내라 말하는,

보는 눈이 짧은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쓰인 아이들의 꿈은

얇은 그물에도 걸리고 말았다.


아이들의 자기소개서를 도와주며

꿈을 같이 찾아 헤매던 그 첫 해.


내가 봐줬던 수많은 자기소개서들은

결국 빛을 잃고

그냥 그저 그런 글이 되어버렸다.


절대 내 탓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고개를 떨군 채 낙담하며

조용히 우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나는 그 말이

진심으로 와닿지 않았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내가 하는 일은

단순히 세상이 원하는 것들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 마음을 진짜로 마주할 수 있도록,

그래서 스스로 바라볼 수 있도록 곁에 서주는 일이구나.”


나는, 아이들 곁을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지 몰라도

더 깊고, 진심인 방향으로

가리켜 줄 수 있는 사람임이라는 걸.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무게를 진정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그 순간,

나의 일에 진심이 생겼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

그리고 그 여정을 정말로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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