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엄마는 떠났다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이 아빠가 묻는다.
“우리 택이는 엄마가 언제 젤로 다 보고 잡데?”
울먹이며 택이가 대답한다.
“매일요.”
처음 들었던 날에도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올려도 가슴이 쿵하는 대답이다. 그렇다. 엄마는 매일, 불현듯, 내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보고 싶고 그리워진다.
엄마의 두 번째 기일을 맞이할 때쯤 응답하라 1988이 방영됐다. 2년이란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산사람은 살아야지 라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엄마의 죽음이 지난 과거가 됐지만, 우리 삼 남매에겐 드라마 속 대사 하나에도 눈물이 나는 현재진행이었다.
드라마가 끝나도 여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꽃보다 청춘으로 주인공들이 빅토리아 폴스를 갔을 때도 유치하지만 택이가 떠난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언젠가는 택이처럼 빅토리아 폴스는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Mosi-oa-Tunya’ 빅토리아 폴스를 부르는 현지어로 뜻은 ‘천둥 치는 연기’라는데 이보다도 찰떡인 이름은 없는 것 같다.
폭포를 처음 본 순간, 압도되어 어떠한 생각도 들지 않았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물안개는 이곳을 더욱 몽환적으로 만들었다. 폭포를 바라보니 가슴이 뻥 뚫렸다. 내 안에 있었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폭포에 휩쓸려 나간 듯 그렇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감상에 젖는 시간은 아주 잠시였다.
폭포가 낙하하며 주변으로 뿌리는 물줄기는 소나기 같았기에 우비를 꺼내 입었다. 사진 찍기에 여념 없던 둘째에게도 우비를 꺼내고, 카메라는 안전하게 지퍼백에 넣으라고 했다. 둘째는 조심해서 사진을 찍겠다며 굳이 카메라를 목에 건채 우비를 입었다.
군데군데 있는 뷰포인트를 지나 드디어 꽃보다 청춘에서 본 장소에 도달했다. 그 어떤 뷰포인트 보다 폭포가 잘 느껴지기에 인증샷을 남겨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둘째의 우비 안에 고이 감춰뒀던 카메라를 꺼냈다. 그러나 카메라는 켜지지 않았고 둘째의 얼굴에는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아무래도 끈을 타고 물이 들어가 카메라가 침수가 된 것 같았다.
평소였다면 내 말을 듣지 않았다고 엄청 화를 냈을 텐데, 예상을 뛰어넘은 심각한 일인지라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자책하고 있는 둘째에게 카메라를 새로 사주겠다는 말을 하며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