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코코보두히티 리조트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2년은 힘들었다. 아픈 엄마의 병간호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집안일은 우리 남매의 육체와 정신 모두를 갉아먹었다.
하지만 엄마를 떠나보낸 후, 더 힘든 시간들이 시작됐다. 이른 나이에 가버린 엄마가 무지 가여웠고 엄마한테 잘해주지 못해 너무 미안했다. 해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았는데 해줄 수 없는 현실이 슬퍼 사는 게 무의미해졌다.
'살아서는 어머니가 그냥 어머니 더니, 그 이상은 아니더니, 돌아가시고 나니 그녀가 내 인생의 전부였다.'라는 노희경 작가의 말처럼 나의 전부가 되어버린 엄마.
우리는 엄마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엄마를 떠나보낸 후에도,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여행을 결심하는 순간, 지친 우리에겐 무엇보다 힐링과 안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견디느라 수고한 우리를 위해 돈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첫 여행지로 몰디브를 선택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우리 남매가 이런 곳에 오겠냐는 생각으로 리조트 2박을 질렀다. 엄마를 떠나보낸 후 깨달은 한 가지, 완벽한 때는 없다 그러니 지금 하자!
하루 만에 선선했던 한국 날씨에서 습하고 더운 몰디브 날씨로 바뀌자, 세계여행을 시작했다는 사실에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리조트에서 꿀 같은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마음 편히 먹고, 쉬고, 놀았다.
같은 엄마 배에서 나온 남매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점이 많은 우리지만, 물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만큼은 서로 똑 닮았다. 오랜만에 바다에서 셋이 물놀이를 하니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아빠의 여름휴가가 시작되면 우리 가족은 계곡으로 피서를 갔다. 엄마는 그런 곳에서 사 먹으면 비싸다는 이유로, 떠나기 전에 이런저런 마른반찬을 만드셨다. 그리곤 삼남매를 데리고 마트에 간다. 컵라면, 3분 짜장과 카레, 군것질거리를 사고 집으로 와 짐을 싸고 출발한다.
미친 듯 물놀이를 하고 배가 무지무지 고플 때쯤, 배고프단 말도 한 적이 없는데 엄마는 귀신같이 알고 우리를 위해 라면을 끓여 주셨다.
여기 몰디브에서 엄마와 같이 계곡을 갔던 그 시절처럼,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을 먹었다. 우리 가족이 다 함께 왔다면 이번엔 내가 엄마를 위해 라면을 끓일 수 있었는데... 그럴 수 없음에 또 마음이 울적해진다. 여행 하루 만에 이렇게 또 엄마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