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7 – 흔들리는 선
첫사랑에게서 연락이 온 건, 참 애매한 시기였다.
어느 정도 감정이 정리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저 ‘정리한 척’하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문득 걸려온 전화. 그녀였다.
“여보세요?”
"나야… 잘 지내?"
머릿속이 띵했다.
솔직히, 반가웠다. 너무 반가웠다.
하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어… 어… 난 그냥…"
"나 서면인데, 잠깐 나와줄 수 있어?"
나도 모르게 “알았어”라고 말해버렸다.
몇 개월 만에 다시 마주한 그녀.
여전히 예뻤다.
붉은 립스틱이 유난히 잘 어울리는 그녀였다.
우리가 자주 가던, 그녀가 좋아하던 그 카페.
이름은 타이타닉.
오랜만에 찾은 그곳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조명.
조금은 큰 음악 소리.
그녀는 항상 커피, 나는 늘 오렌지주스를 마셨다.
항상 나란히 앉아 몇 시간이고 웃고 떠들던,
우리의 고정석.
한쪽 구석탱이.
그 자리, 그녀는 여전히 그곳에 앉아 있었다.
이번엔 마주 보고 앉았다. 어색했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봤다.
우리는 싸운 적이 없었다.
그때,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교를 휴학하고
아르바이트에 매달리고 있었다.
데이트 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현실.
그 사실이 부끄러워,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멀어졌다.
어린 자존심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원망이 담겨 있었던 것 같다.
그 침묵 속에 모든 말이 들어 있었다.
그 순간, 가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받을 수 없었다.
두 번째 전화가 울렸을 때도…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그새 또 딴 여자가 생겼구나…"
"…"
그 말은 생생하다 못해, 아직도 가슴을 찌른다.
그 실망스러운 눈빛과 말투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변명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떠났다.
나를 원망한 채로.
잡고 싶었고, 사과하고 싶었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되돌릴 수는 없었다.
너무 미안했고, 또 미안했다.
그리고, 다시 미안했다.
그녀는 아마 내게 묻고 싶었을 것이다.
왜?
이유를… 진심을…
그걸 듣고 싶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덜 아팠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렇게 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녀 역시 힘든 시간을
혼자 견디고 있었던 걸,
나는 너무 늦게야 알게 되었다.
그렇게 서툰 나의 첫사랑은 끝이 났다.
그녀는, 내가 사랑한 첫 사람이
바로 ‘너’였다는 것도 모른 채..
며칠이 흘렀다.
몇 번의 받지 못한 전화.
그제야 나는 가을이의 전화를 떠올렸다.
아마 공중전화였겠지.
나를 기다리며 울리기만 했던, 그 벨소리.
채팅방에 들어가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문득, 그녀가 자주 보내던 이메일이 떠올랐다.
심장이 요동쳤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점점 불안이 커져만 갔다.
다행히, 너에게서 메일이 와 있었다.
그런데 그 내용은 뜻밖이었다.
며칠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는 말.
단정한 문장이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제야 뼈저리게 느껴졌다.
너의 부재가,
그리고 나의 부재가 얼마나 컸는지.
그 짧은 시간 동안
내가 놓쳐버린 너의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