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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lander Oct 29. 2017

어쩌면, 언젠가 당신도 앉아봤을

더 테이블 (The Table 2016)

I know I am but summer to your heart,
and not the full four seasons of the year.
- Edna St. Vincent Millay


✒️
한적한 거리.
조용한 카페.
빛이 쏟아지는 창가 테이블.
하루 동안 그곳을 찾은 네 커플의 이야기.
그들의 관계는 이미 끝났거나, 잠시 멈췄거나, 이제 시작하거나, 결국 종말을 고했다.
인물들은 공간의 안팎으로 고스란히 노출됐고, 카메라의 시선에 내내 사로잡혀 있다. 시간만 흐를 뿐인 제한된 공간 속에서 카메라는 집요하게 인물들을 클로즈업한다. 감정과 속내가 드러날 때마다 미묘하게 바뀌는 표정과 어조, 눈빛.

한예리와 김혜옥이 사기결혼을 위해 가짜 모녀로 만나는 세 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좋았다. 

거짓 속에서 슬며시 새어나온 진실, 그 진실에 공명하는 또 다른 진실. 

마음과 마음이 만나 빛나는 순간, 나 또한 그 테이블에 마주 앉아 그녀들의 눈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듯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전 남자친구를 만나러 나온 스타 배우(정유미)의 표정도 인상적이었다.
지난 사랑의 잔해만이 아니라 추억의 붕괴까지 바라봐야 하는 그 씁쓸한 미소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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