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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Apr 24. 2022

당신의 자리는 과연 안전할까

노키즈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제 논리에 익숙해지는 사회

노키즈존, 드디어 내 문제가 되다

아내의 직장 근처에는 거의 상업화되지 않았으면서 공간 정비는 아주 깔끔하게 잘된 바다 전망의 카페가 있다. 휴일에 아내가 출근한 날, 아직 운전이 익숙하지 않았던 아내를 직장에 데려다주고 혼자 방문했는데 손님도 적고 풍경도 너무 좋아서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얼마 전 지나갈 일이 있어 이곳을 다시 방문했는데 나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너무도 슬프지만 No Kids" 문구가 우리 가족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딱히 업주가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는지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동행하지 않더라도 다시는 그 카페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노키즈존이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기들이 없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단어가 갑자기 보이기 시작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문제가 내 문제,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의 문제가 되었음을 실감했다.


약자를 배제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사회

한때 노키즈존에 대한 찬반 논쟁이 화두가 된 시기는 있었으나,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는 도출하지 못하고 결국 업주들의 개별적인 선택에 따르고 있는 상태이다. 색다른 계기가 주어지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노키즈존은 존재할 것 같다. 업주는 사고 위험은 적고 1인당 매상을 충실히 확보할 수 있는 성인 위주의 업을 하고 싶기에 아이들의 출입을 막는다. 돈은 안되고 사고 위험이 있으니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다. 내 생각엔 진짜 큰 사고는 주로 성인 남성이 치는 것 같지만 그들은 돈을 내고 있으니 문제 삼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들은 일부의 극단적 사례로 전체가 몰이해를 당하는 반면, 기득권층은 같은 경우에도 개별 인격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논의가 종결되는 경향을 보인다.

어린이는 다른 모든 사회적 조건을 배제 혹은 통일시켰을 때 사회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약자이다. 그런 어린이조차 배제되는 방식이 아무런 견제 없이 허용이 되는 사회가 과연 타인을 배려하고 어려운 사람을 포용하는 사회로 발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배려와 공감은, 일상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경험할 때 그 사회의 풍토로 녹아들 수 있다.


일상에서 이렇게 이윤을 앞세운 배제의 논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화에서 과연 장애인의 이동권이 보장되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사람이 없어지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자본과 이윤의 논리로 이루어지는 전면적 배제를 긍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면, 최상위층을 제외한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처지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극한의 경쟁사회에서, 누가 언제 약자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의 공감, 사회적 연대의 출발점

조금만 접근하는 시각을 바꿔보면 안 될까. 아이가 울고 떠든다고 짜증 낼 것이 아니라,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아이 혹은 아이를 데려온 부모가 어떤 어려움이 있어서 아이를 달래주지 못하고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아이가 돌아다니는 것이 위험하다면, 누가 돌아다녀도 위험하지 않게 매장을 설계하고, 부모가 아이를 교육하는 방법을 잘 홍보하고, 엄마 혼자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상황보다는 아빠도 같이 외출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을 좀 더 보장하는 시도들이 우선 아닐까. 아이와 외출해서 식사하고 차 마시는 것조차 눈치를 보고 장소를 가려야 하는 사회, 아기의 울음소리를 혐오하는 사회에서 다른 사회적 약자들의 외침이 존중받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감도 훈련이 되어야 할 수 있다. 처음 보는 아이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도 그러한 과정의 하나가 아닐까. 노키즈존이 다른 약자들까지 배제하는 방식으로  확대되기 전에 다시 사회적 합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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