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빠보다 룸살롱이 많은 이유
성매매 산업의 남성 편향에 대한 단상
남성 구매자 중심의 성매매 산업
성매매 합법화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보통 성매매가 필요악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없애려 해도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차라리 양성화해서 관리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옳지 않은 것을 근절하지 못하는 것과 그것을 아예 인정해 버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뭐 그 생각을 인정해보자.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수요가 매우 일방향적이라는 점이다. 항상 남자가 구매자이고, 여성이 공급자이다. 호빠로 대표되는 여성용 성산업도 등장하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 그 무게중심은 변하지 않았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남성의 성욕은 무한한 반면 여성의 성욕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전제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욕은 단순히 절정의 순간을 느끼려는 욕구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과의 신체적, 정서적 접촉을 통해 만족감을 추구하는 성향이라 볼 수 있다.
남성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오히려 여성은 남성에 비해 훨씬 더 어루만짐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이렇게 보면 여성의 성욕은 결코 남성들보다 낮지 않으며, 단지 성욕을 채우는 방식과 신체구조 및 화학적 메커니즘이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여성이 이용하는 호빠 같은 업소들이 룸살롱 등 남성의 성구매 창구와 비슷한 규모로 존재해야 한다. 남성들이 각자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저렴한 곳을 찾든 텐프로를 찾든 하는 것처럼, 여성도 다양한 장소에 가서 남성의 서비스를 받는 곳이 성업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성산업이 반영하는 사회의 남성 중심 구조
성매매 산업이 남성의 소비 중심으로 발달한 것은 사회가 남성 우위 구조를 유지해왔음을 반영한다. 첫째, 남성에게 쏠린 경제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성구매 시에는 적지 않은 금액을 소비해야 하는데, 대체로 남성들은 가정 밖 공간에서 소득 활동을 하며 고소득 직종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이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반면 여성들은 별도의 소득 활동을 하지 못하거나, 하더라도 그 임금 수준이 낮기 때문에 성매매라는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둘째, 사회는 성욕을 느끼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것에 대해 여성과 남성에게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 남성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는 남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성욕을 해소하든 대체로 용인한다. 그러니 성매매는 필요악이라는 주장도 당당하게 제시될 수 있다. 하지만 여성들은 성욕을 느끼고 해소하는 것 자체를 혐오당한다. 여성이 성적으로 조금만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면, 남자들은 어떻게든 신체적으로 정복해보고 싶어 노력하면서도 그를 청소 도구라고 욕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은 경제적 여유를 확보하더라도 남성과 동일한 방식으로 성구매를 하려는 시도를 하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이 작동하니 자연스럽게 룸살롱을 비롯한 남성용 성구매 공간은 아예 거리를 형성할 정도로 전국 곳곳에 자리를 잡은 반면, 호빠는 어디 있는지 간판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필요하다면서 혐오하는 이중성
호빠 종사자들은 좀 특이한 존재라는 시선을 받을 뿐 비교적 당당하다. 대놓고 길거리에 홍보를 다니기도 하고, 요즘은 유튜브로 일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지인에게 일했던 경험을 자랑하기도 한다. 같은 성판매 종사자라도 여성만 혐오 대상이 된다.
역설적이다. 연간 수십조 원에 이르는 성산업을 지탱하는 것은 탄탄한 남성 수요층이다. 그들은 성판매 여성을 너무나 필요로 하면서도 혐오한다. 그들을 이용해놓고 그들만 더럽다고 욕한다. 초이스한 여성들의 몸매와 서비스 마인드를 품평하지만 내 딸이 술집에 나가는 걸 알게 되면 진심으로 분노하며 다리를 분질러 버리려고 한다.
공인이나 유명인 여성에게 성판매 경력 의혹은 매우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짧은 치마를 입거나 짙은 화장을 한 여성을 보면 술집 여자 같다면서 혀를 끌끌 차는데 그런 술집을 많이 이용하셔서 그런가 비슷한 부분이 잘 보이시나 보다. 남성들을 위해 몸을 바쳐 욕구 해소에 기여해 온 산업 역군을 왜 이렇게 홀대하는 걸까. 욕구는 충족시키고 싶지만,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도덕적 우위는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모순은 아닐까.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은 하나만 했으면 한다. 성구매를 하고 싶으면 성판매 여성들을 조롱하지 말던가, 그들을 조롱하고 싶으면 확실하게 성매매 세계의 이방인이 되길 바란다. 물론 최소한의 논리적 일관성을 갖춰달라는 일차원적 요청일 뿐, 타인을 집단화해 혐오하고 조롱하는 것은, 어떤 사유가 있더라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남은 이야기
이 글에서 나는 성매매를 일단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개인적 입장에서야, 내 가족의 참여를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산업을 긍정하는 것은 정당성을 갖출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여성학에서 성매매는 논쟁이 많은 주제이다. 성매매 인정 여부, 성매매 종사자에 대한 인식과 대우 문제, 단순히 포주에 의한 착취로 규정할 수 없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작동 구조, 장애인에 대한 성 봉사 인정 여부 등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특히 논의된 내용을 살펴보며 성노동자(이 용어조차 논쟁 거리이다)의 입장을 어떻게,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존중해야 하는지 참 어려움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이 글은 성매매와 관련하여 내가 소화할 수 없는 어려운 부분들은 빼고, 적어도 내 나름대로는 논리적 타당성과 일관성을 갖출 수 있는 부분만 침소봉대하여 다루는 데 그친 것 같다. 얕은 수준에서 생각난 것들을 적은 글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도 참 난감했기에 이런 소제목까지 달아 주절거리고 있다. 다른 욕심을 부리긴 어려울 것 같다. 이 글이, 성매매 산업 구조가 반영하고 있는 남성의 기득권을 다시 한번 성찰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