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낸 것들이 전환을 만든다
성심당은 서울에 오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이 대전으로 간다.
단지 빵을 사기 위해 기차를 타는 이들도 있다.
“성심당 빵 사러 대전 왔어요”라는 말은 이제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이쯤 되면 질문이 생긴다.
SNS와 유튜브 알고리즘이 모든 것을 추천해주는 시대에
왜 사람들은 직접 가야만 하는 빵집에 반응하는 걸까?
성심당은 무언가를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은 이 브랜드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 시작했다. 그건 전략이라기보다 태도에 가까웠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서울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고집이다.
성심당은 대전에서만 빵을 판다. 단지 공간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창업 철학의 중심에 ‘지역 경제 활성화’ 라는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몰리는 곳으로 가지 않겠다는 결정은 사람이 가야만 만날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
제품에도 그 철학은 이어진다. 튀김소보로 하나에도 수작업 공정, 하루 수만 개의 판매량, 오랜 시간 쌓인 지역민들의 신뢰가 그 빵에 녹아 있다.
무엇보다 이곳의 빵은 합리적인 가격에 팔리고 있는데, 덕분에 누구나 어렵지 않게 고를 수 있고, 편안하게 누릴 수 있다. 고가의 프리미엄이 아닌 일상의 기쁨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그리고 무엇보다 팔지 않기로 한 선택에서 이 브랜드의 태도는 가장 단단하게 드러난다.
성심당은 하루가 지난 빵은 진열하지 않는다. 남는 빵은 매일 모두 기부된다.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식사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신선함에 대한 신뢰가 된다.
버티는 철학이 아니라 나누는 방식으로 원칙을 지켜온 셈이다.
성심당의 인기 메뉴 ‘과일 시루 케이크’ 시리즈는 그 정체성을 가장 대중적으로 확장시킨 사례다.
계절 과일을 듬뿍 올린 이 제품은 과일값이 치솟는 시기에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했고, ‘성심당 오픈런’ 현상과 ‘대전 퀵턴 여행’이라는 유행을 만들 만큼 전국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단순한 화제성이 아닌 오래 지켜온 신뢰 의 결과였다.
이런 장면들은 어느새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이제는 “빵 사려고 기차 탔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성심당이 만들어가는 건 단지 빵이 아니라 도시에 도착하게 되는 명분이 되고 있다.
그 안에는 오래 지켜온 태도와 그것을 기꺼이 믿어준 시간이 함께 쌓여 있었다.
성심당은 대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대전이 지금처럼 ‘가보고 싶은 도시’가 된 데는 브랜드를 멈추지 않고 확장 가능한 자산으로 받아들인 지자체의 발빠른 흐름에 있었다.
가장 상징적인 건 1993년 대전엑스포 마스코트였던 ‘꿈돌이’의 귀환이다. 오랜 시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던 이 캐릭터는 2020년 카카오TV의 서바이벌 콘텐츠 〈내 꿈은 라이언〉에 등장하며 MZ세대의 타임라인에 다시 등장했다.
“어른이가 된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SNS에서 수만 건의 공감을 얻었고, 이후 꿈돌이는 굿즈와 이모티콘, 도시 캠페인을 통해 실제 오프라인에서 다시 살아났다.
대전은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마스코트를 단순히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를 건너 다시 연결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은 ‘노잼 도시’라는 오명이 ‘빵잼 도시’라는 정체성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노잼도시 대전에는 갈 곳이 성심당밖에 없다’던 조롱은 2021년, 대한민국 최초의 ‘빵 축제’로 전복되었다. 성심당이 후원하고 대전시가 주최한 이 행사는 단순한 지역 홍보를 넘어 “이 도시는 빵이 맛있다”는 믿음을 전국 단위로 확산시켰다.
이후 축제는 매년 규모를 키우며 수십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결국 2025년 5월 황금연휴, 대전은 관광객 수 190% 증가라는 기록을 세웠다.
서울에 오지 않는 브랜드, 지역 경제에 남기로 결심한 브랜드를 중심으로 지자체가 기꺼이 움직였고
마침내 ‘갈 이유 없는 도시’가 ‘가야 하는 도시’가 된 것이다.
성심당은 오랜 시간 한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여러 격랑 속에서도 ‘대전’이라는 중심은 놓지 않았다.
남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갔고, ‘지방’이라는 말에 가려졌던 브랜드의 무게를 꾸준히 쌓아올렸다.
사람들은 이 브랜드를 이야기하며 경험을 공유했고, 도시는 그 조용한 존재를 하나의 가치로 받아들였다. 그 인식은 도시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바꾸어놓았다. 대전은 그 기회를 흘려보내지 않았다.
하나의 빵집이 도시를 대표하는 이름이 될 수 있도록 기꺼이 움직였고 함께 확장했다. 잠들어 있던 꿈돌이를 다시 깨우고 전국민이 주목하는 빵 축제를 열어 ‘노잼 도시’라는 낡은 이미지를 반전시켰다.
도시의 얼굴이 프랜차이즈 간판으로 복붙되고 플랫폼이 취향을 압축하는 세상 속에서
브랜드는 방향을 만들었고 도시는 그 방향을 전환점으로 삼았다.
알고리즘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
브랜드는 어떻게 로컬이 되고 로컬은 어떻게 전환을 만드는가
이 글은 브랜드가 어떻게 도시의 명분이 되었고
그 명분을 도시가 어떻게 함께 확장해갔는지에 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