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 나오는 수많은 연예인, 스포츠 선수들이 공황장애로 힘들어한다는 기사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스스로 말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생각하면 이제는 우리 주변에 꽤 흔하게 존재하는 질병이라 생각된다. 나의 가장 측근인 아내도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다.
공황장애에 잘 걸리고 취약한 성격이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모든 정신과 질환의 발생에는 바탕이 되는 기질과 인식이 있다고, 공황장애의 시발점이 되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는지에 따라 불안이 증폭되거나 가라앉거나 한다고 말했다.
결국에는 우리의 타고난 기질과 성격 그리고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우리 스스로 가지고 싶어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본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질들은 평생 관리를 해줘야 한다. 나도 물론 그런 기질로서 고혈압을 물려받았고 현재는 3년째 금주 중이다.
지금은 조금 잠잠해졌지만 일단 불같이 화끈한 그녀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1년 전 우린 아내의 고향인 강원도 원주에서 결혼을 했다. 결혼식 당일 정신이 없었던 나는 실수를 저질렀다. 마지막 행진 때 쓰려고 전날 밤 아내와 같이 잠도 못 자고 손수 만든 꽃가루를 친구들에게 미처 전달하지 못하였다. 그 사건으로 인해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 내내 아내와 다투었다. 고속도로 운전 중 손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사고가 날 것 같아 휴게소에 차를 세워두고 주차장 구석에서 2시간을 더 싸웠다. 평화주의자를 지향하는 나로서는 지금도 생각하기 무서운 사건이다.
물론 불같은 성격의 장점도 있다. 화가 쉽게 풀리고 사과를 잘한다는 점이다. 뭔가 불만이 생기면 그때그때 바로 표현을 하고 본인이 사과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빠르게 사과한 후 뒤 끝이 없다. 마치 '상여자'와 같은 성격이랄까?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이어서 가끔은 부럽기도 하지만 내가 만약 아내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면? 마치 롤러코스터를 무한 반복하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속이 울렁거린다. 이런 아내의 성격은 너무 변폭이 크고 예측 불가능하다. 예측 불가능해서 우리 부부의 삶이 더 재미있고 풍성해지기도 했다. 지금 이렇게 브런치스토리를 작성하게 된 동기도 아내의 권유였으니 말이다.
어려서부터 가정환경이 넉넉하지 않았던 아내는 검소하고 절약 정신이 투철했다. 동전의 양면처럼 물건에 대한 욕심도 존재했다.
결혼 후 부동산에 관심이 생긴 아내는 유명한 강사의 부동산 관련 수업을 2달 동안 듣게 되었다. 삼삼오오 스터디가 형성되고 아내는 다른 4명의 언니, 1명의 동생과 같이 공부를 하였다. 서로 케미가 잘 맞아 서울, 경기도권의 유명 아파트 단지로 자주 임장을 다녔다. 아직 신혼이었던 아내는 스터디 멤버 중에서 자산이 가장 적은 축에 속했다. 서울, 경기도의 입지가 좋은, 흔히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동네들을 임장 다니면서 아내는 자신도 모르게 헛헛함이 생겼던 것 같다. 우리의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느껴지고 욕심이 커지면서 서서히 아내의 공황장애 잠복기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렇게 아내는 공황장애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