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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문목화씨 Jun 28. 2024

공황장애의 전조증상

원인 불명의 복통, 장염, 설사

아내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기 전 신체의 속삭임을 귀 기울여 듣지 못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아내의 몸은 주기적으로 여러 가지 신호를 보냈었다.

평일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요가 수업을 간 날이었다. 수업 중간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보통 운동 중에는 연락이 오지 않아서 의아하게 생각하며 받았었는데 전화기 속 아내의 목소리가 너무 희미하게 들렸다. 전화를 잘못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극심한 복통으로 인해 말을 하기 힘들었었다. 전화를 끊고 바로 집으로 가서 아내의 상태를 확인하고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갔다.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아내는 복통과 설사, 구토를 반복했다. 특별히 음식을 잘못 먹은 것은 아니었고 응급실에서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 역시 큰 이상이 없었다.


하루는 아내가 오랜만에 교회 친구를 만나러 갔다. 1시간 후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XX역 역무원입니다. 지금 아내분께서 역사에서 쓰러지셔서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가고 있습니다”라며 전달해 줬다. 다행히 만나려던 친구와 연락이 닿아 아내 친구가 먼저 병원으로 향했었다. 이번 역시 검사 결과는 큰 이상이 없었고 단순 장염 증상으로 추측되었다.


또 다른 하루는 부동산 공부를 같이 했던 언니와 점심 약속이 있어 외출을 했다. 회사에 출근했던 나는 아내로부터 전화를 또 받았다. 극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을 가게 되었다고. 팀장님께 말씀드리고 아내가 있는 병원으로 갔다. 이 날도 단순 복통, 장염 증세가 의심된다고 하였다.


원인 불명의 복통, 장염 증세가 계속 이어지자 아내와 나는 강남역에 위치한 장으로 유명한 내과에 가서 큰 비용을 들여 종합 검사를 받았었다. 대구에 위치한 용하다던 한의원에 가서 한약을 타먹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는 계속 원인 모를 복통에 시달렸다.


그렇게 서울의 여러 종합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아내의 공황장애가 시작되었다. 공황장애가 익숙해진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내의 몸은 주기적으로 아내에게 대화를 걸었다. “지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몸 컨디션이 안 좋으니깐 좀 쉬자고.”

아내가 그 말을 무시하자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 장염, 설사, 구토 등의 증세가 이어졌고, 그 정도가 심해지면서 공황장애까지 오게 되었다. 이런 전조 증상을 조금이라도 일찍 알아차렸다면 아내는 달라졌을까? 아프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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