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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문목화씨 Jul 19. 2024

공황장애 약을 먹으면서 임신이 가능할까요?

결혼 6년 차 단약과 임신 준비

공황장애 약을 먹으면서 임신이 가능할까요?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정신과약과 임신에 관한 온갖 다양한 정보들이 나온다. 누구는 상관없다고 하고 누구는 어느 시점만 조심하라고 하고 누구는 엄마 자격 운운하면서 얘기를 한다.

당사자인 우리 부부는 어떨까?


이제 결혼 6년 차가 되었다. 아내와 난 임신 계획을 따로 세운 적은 없다. 아내가 결혼 2년 차에 공황장애에 걸려서 그런 걸까. 아내의 치유가 우리 부부의 최우선 과제였다. 빨리 건강해진 몸과 단단한 마음을 가지는 게 급선무였다.


한편으론 아기를 맞이할 준비도 게을리하진 않았다. 아내는 공황장애약을 먹는 도중 전신마취를 하면서 난소물혹 제거 수술을 받았다. 언제 아기가 생길지는 모르지만 공황장애가 호전되었을 때 더 건강한 몸으로 임신과 출산을 하려는 마음이었다. 본인의 생일날 수술을 받고 '새롭고 건강한 몸으로 다시 태어나자'라며 외쳤던 아내다.  


현재 우리 부부는 서울의 한 난임전문병원에 다니고 있다. 2년 전에 처음으로 병원을 다니면서 임신을 시도했었지만 공황장애약 단약 과정을 이겨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니다, 생각 자체도 쉽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단약을 하면서 아내에겐 호숫가에 던져진 돌의 잔결 같은 떨림이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어느 순간 그 정도가 심해져서 다시 병원을 방문하기를 반복했다. 공황장애 환우분들은 그 잔잔한 떨림에 대해서 이해를 할 것이다. 나는 경험자는 아니어서 100%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지만 아내와 같이 생활하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2년이 지나고 최근에 단약을 다시 시도하고 또다시 재발이 되고 병원을 가게 되는 일을 반복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다시 도전을 한다. 단약의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3주간의 단약 과정을 거치고 안정적으로 넘어가면 1달 뒤 임신을 시도한다. 먼저 매일 복용하는 약을 감량한다. 아내의 경우 1주일간 복용했던 약을 절반으로 줄이고 다음 2주 동안은 매일 먹던 약을 격일로 복용하며 횟수를 줄인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10mg을 복용하고 있었다면 용량을 줄여 1주일간 5mg를 복용하고 그다음 2주는 5mg를 매일에서 격일로 복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3주간의 물리적인 감소 과정을 거치면서 단약을 시작하게 된다. 우리 부부는 나이가 적지 않고 아내의 몸 컨디션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바로 시험관으로 임신을 준비할 예정이다.


임신, 출산을 하고 나중에 아이를 기르면서도 공황장애는 우리와 가까이 있을 확률이 높다. 이제는 나도 아내도 싫증이 날 때도 있지만 마치 언제나 옆에 있는 우리를 지지해 주는 가족처럼 가까이 있을 공황장애. 공황장애로 인해서 스트레스받을 바에는 꼭 끌어안고 같이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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