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묘약

by 이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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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사랑'을 '로맨스'라고 하는데, 바로 이런 표현은 로버트 A. 존슨에 의하면 이면에 존재하는 심리학적 혼돈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고 한다. 언어의 습관상의 혼동이 시사하는 바는 의외로 우리의 일상에 넘쳐 난다.


또한 로맨틱 러브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에 관한 복잡다단한 태도인데, 순전히 비자발적인 감정과 관념과 반응 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며, 트리스탄과 이졸데 신화에서 트리스탄이 사랑의 묘약을 들이켠 시점이라고도 하더라.



나의 의지만으로는 도저히 한 대상에게로 가는 것을 멈출 수 없을 때를 경험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신화가 가리키는 끝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트리스탄과 이졸데처럼 처음 내가 마신 사랑의 묘약은 열일곱의 봄날, 어느 날 갑자기였다.


그 로맨틱 러브를 진화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것은 두 번째의 로맨틱 러브의 기운에 의해서였다.



이 기운 역시 세 번째의 이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자리를 내어 주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리고 지금, 네 번째 로맨틱 러브가 진행 중이다. 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게 되는데 이 탐구를 하면서 드러나고 있다. 또 다른 대상에 빠지기까지 이 신화와 다른 것은 내 로맨틱 러브는 아주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로맨틱 러브가 늘어날수록 그것을 대하는 나의 영혼은 조금씩 고양되어 가기 마련이다. 물론 그 대상이 트리스탄과 같은 역할을 어느 정도 해내고 있을 때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사랑의 묘약은 단 한 번으로도 치명적이다. 내가 트리스탄과 이졸데처럼 죽음에 이를 수 없었던 것은 이졸데만이 그 묘약을 마셨기 때문에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지 않았던 것이리라. 홀로 그 묘약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까지, 자아 ego에서 자기 self로 변신하기 위한 여정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내 삶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로맨틱 러브와 관련된 의미의 상징어들은 현실에서 넘친다. 그렇기에 그동안 자신의 사랑을 탐구해 오던 이들에게는 여러 언어로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개인적 취향에 의한 독서 편식은 그런 '자기만의 언어'로 타자를 우롱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대상은 그 언어에 물들여지기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현실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로맨틱 러브는 시작되곤 하는 것이다.


'O. zahir' 파울로 코엘료의 언어를 나만의 언어에서는 '아름다운 중독'이라 표현한다. 파울로를 느끼고 함께 하는 이라면 충분히 영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로버트 A. 존슨은 현대인들에 가장 필요한 것 하나를 『 We』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관계의 토대가 되는 인간들 사이의 사랑과 내면세계로의 여정인 로맨틱 러브의 차이를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로맨틱 러브에 관한 우리의 믿음이 상처받는다고 해서 우리가 고통을 겪는 게 아니라, 사랑과 로맨스를 구분함으로써 사랑이 오히려 다른 차원으로 고양된다고 한다. 이 말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그런 시간대를 누린 이들에게 건넬 수 있는 작은 설렘일 것 같다.


사랑의 묘약이 사라진 시대의 로맨틱 러브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로버트 A. 존슨의 시리즈 3권의 책과 연애를 하며 남은 시간 동안 해야 할 삶의 여행을 떠올린다. 우리의 삶에서 '상징'은 꿈이나 상상을 통해 보인다는 저자의 말과 무척 친숙하게 살아온 시간을 다시 들여다본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절절했던 그 아픔들을 피하지 않았던 나의 용기와 인내, 그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한 내 안에 흐르는 사랑의 기운들에 작은 웃음을 보낸다.


사랑의 묘약. 이제는 치명적이라 해도 마실 준비가 되어 있는데.



로맨틱 러브는 우리 내면의 위대한 힘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표현하는 우리의 이상이다. 로맨틱 러브의 이상은 영혼을 향해 나 있는 창으로써. 우리 각자의 내면에 살아 있는 실질적인 실체에 관해 말해 준다.


우리는 이상에 간직된 그 진실을 살아가려 애쓰거나 엉뚱한 곳에서 찾으려 할 수 있다. 이것이 로맨틱 러브의 긍정적인 면이다. 우리의 임무는 로맨틱 러브에서 진실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찾아낸 진실에서 우리가 삶으로 살아낼 수 있는 차원을 발견하는 것이다.

- 『We』/ 로버트 A. 존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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