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진 저녁 무렵 책방을 열고 최고 매출을 올려준 주인공은 또래 주은 씨다. 주말이면 동네 이곳저곳을 다닌다는 주은 씨는 오늘도 바닷가로 나왔다 지나가던 중에 책방을 발견했다고 한다.
역시 불이 들어오는 돌출 간판을 만든 것은 잘한 일이다. 더도 말고 '책'이라고 커다란 글씨로 멀리서도 보이게 해야 한다는 독서 회장님 조언으로 실행한 작은 박스는 주변을 밝혀주는 가로등 역할도 한다.
또래를 만나게 되면서 마음을 모으는 일이 수월하게 진행된다. 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직장인이 된 주은 씨는 도시를 향한 열망을 해소하기 위한 주말여행을 자주 다녀온다고 한다.
다녀본 것이 서울에 한정된 나와는 다르게 사방을 열어가는 주은 씨 삶은 나와 닮은 점도 있지만 훨씬 진취적이다. 청년들이 적은 지역에서 이런 책방을 또래가 할 줄은 몰랐다며 퇴근 후 자주 들리는 친구다.
주은 씨가 전해주는 정보는 지역에서 청년들에게 지원해 주는 정책이다. 청년들이 활동하는 네트워크도 있고 프로젝트도 많다. 떠나간 청년보다는 남아 있는 청년들이 이주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청년 지원을 위한 정책 변화가 일어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모든 세대가 적당하게 균형을 이루지 않는다면 지역은 여러 가지로 위기에 놓인다. 청년 인구가 지역 전체 인구 대비 20%로 도내 최하위라고 한다. 평균이 32%가 조금 넘는다고 하니 심각한 일이다.
책도 안 팔린다면서 어떻게 유지해요?
팔기보다는 놀기 위한 일이다 보니 엄마와 언니가 도와줘요.
그렇구나. 그러니까 가능하겠죠.
나는 일종의 가족이 주는 기본소득이라고 해요.
기본소득이 있다면 나도 회사 그만두고 싶네요.
큰 욕심 없다면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데 취업 준비로 스펙 쌓느라 이십 대를 쏟아부을 필요도 없고.
취업도 잘 안 되잖아요.
경쟁률이 장난이 아니죠.
재인 씨는 취업 생각은 안 했나 봐요?
게으른 인간이다 보니 영어 공부는 고등학교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한국어를 쓰는 나라에서 토익 점수가 취업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니. 서울 탈출은 코로나 시기로 더 굳어진 마음이었죠.
쉬운 일은 아니었겠어요.
돈이 문제였죠. 돈 줄 사람 설득하는 게.
우리 여기 모여서 기본소득 공부해보면 어때요? 하다 보면 다른 사람도 나타날 것 같은데.
좋아요 좋아. 책 정해서 같이 읽으면서 공부해요 그럼.
주은 씨는 같이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정기 모임을 가져보자며 제안한다. 하나보다는 둘이 그보다는 여럿이 같이 하면 좋을 모임이기에 지역 밴드나 청년 네트워크에 홍보도 하기로 한다.
책을 좋아하든 필요해서든 꾸준하게 독서하는 사람을 찾는 일이 어렵다는 주은 씨 말에는 나도 깊이 공감한다. 어느 지역에서 살건 요즈음 책을 읽는 사람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정도면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생활하는 장소를 옮기니 잘 살아내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는다.
내가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면 만나기 어려운 사람, 만남은 타이밍이 있다더니 정말 그런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