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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지기 Mar 26. 2024

추억 하며.

거기는 지낼만 합니까.

- Lee/wha -

생각이 너무 많다.
대게 잡다한 생각이 끊이지 않을때면
이화가 내게 말을 건다.
이화는 작년 봄이 끝날 무렵 자살했다.
이화가 꿈에 나타난다.
꿈속에선 괴리감이 없지만
자각하는 순간 꿈에서 깨어난다.
모든 사람이 이화와 같았다.
모든 행동에 이화가 스쳤다.
이화는 봄이 싫다 하였고
또, 여름은 숨이 막힌다며 싫다했다.
그래서 봄이 끝날무렵 떠났나보다.

이화는 보이기와 다르게 터프했다.
상냥한 말투와 공손함,
불의에 맞서고 소신있게 사는 담대함.
거기에 어울리지 않게 청순한 외모.
또 어울리지 않게 거친 손가락과 손바닥, 팔에 화상 자국
운전도 거칠지만 깜빡이와 비상등은 확실하게 켰고
속도를 좋아해 매일 저녁 이유 없이 고속도로를 타고 운전했다.

그랬던 이화는 내게 말했다.
"이렇게 살다가 죽는것도 나쁘지 않을것같아."
나는
"하고싶은거 하면서 사는게 제일 행복한거지
네가 하고싶은거, 되고싶은거 다 너가 결정해."
나는 이화가 아픈걸 알고있었다.
건들면 아플까 일부러 입을 열 시도조차 안했는데
뒤늦게 알길, 상처를 봉합 하려면
바늘은 반드시 살점을 관통해야 했다는것이다.
내 최악의 한마디였다.
--너가 하고싶은건 너가 결정해.--

이화는 그렇게
조수석에 번개탄을 태우고 운전석에서 세상을 떠났다.
갈때마저 터프해 보이고싶었을까.
유서 한장 없었다.
하늘나라까지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갔겠지
그 길은 일방통행이였기에
떠나 보내는 사람은 서운함만 남았는데
하늘의 바람은 시원하련지.
죽고나니 속은 후련했는지
이 병신같은 새끼
끝까지 제멋대로 살다 가서
사람 속이나 썩어버리게 하고 참 좋겠다.

남겨진 사람은 속이 막혔고
여전히 막혀있음에
머리가 터져버릴것만 같다.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장애를 앓고있음에
부끄럽다.
숨고싶다.
쉬고싶다.
아프다.

사람을 만나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충동적으로 차라리 죽고싶다는 생각도 하는게
부끄럽다.
숨고싶다.
쉬고싶다.
아프다.

아직도 내 마음의 병을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겐
도저히 말을 하지 못하겠다.
부끄럽다.
숨고싶다.
쉬고싶다.
아프다.

나의 사람이 이것저것 내게 말을하다
문득 이유도 없이 내게 찾아오는 공황에
불안한 마음이 커져 대답도 잘 못하게 될때면
그런 내게 서운해 한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아프다고 말을 하지 못하겠다.
그냥 달게 혼나고 아픔은 묵혀둔다.
부끄럽다.
숨고싶다.
쉬고싶다.
아프다.

이화는 내게 무너지지 않는법을 알려주고
무작정 나를 무너뜨리고선, 그렇게 시험하나보다.
여전히 나는 일어서는 방법을 모르겠다.
인격이 두개로 나뉜 기분을 자주 느낀다.
일할땐 일 하고 일을 하지 않을땐 이화가 된 기분이다.
정신이 아찔하고 숨막히고 머리가 쪼개질것같다.
대체 이화는 어떤 싸움을 했던걸까.
부끄럽고,
숨고싶고,
쉬고싶고,
죽고싶을만큼 아프다.


나의 벗,
화야, 거긴 지낼만 하냐?

나는 여전히 힘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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