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연지기 Mar 27. 2024

-파편(破片)-

필름이 끊겼다. 다시, 필름이 끊겼다.

-파편(破片)-

어디로 걷는것인가.
피곤하고 졸린 기분이다.
걷다가 잠에 들기도 하는것 같고
신호를 기다리다 결국 잠에 들기도 한 기분이다.
해가 지고 집으로 가려했더니, 낮이였다.
문득 다리가 아프다.
나는 선채로 잠을 잔 것인가?
나는 수면보행중인가.
그게 아니라면 꿈을 꾸고있는것인가.
몽유병인것일까.
꿈이라고 하기엔 모든 감각이 날카롭게 서있기에
꿈이라고 하기엔 설명하기에 힘들었다.
헌데, 꿈이라고 하지 않기에도 설명하기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나는 생각에 생각의 생각을 했다.
여긴 어디, 어느 바다, 어느 산, 어느 건물, 어느 시간, 어느 누구, 어느 사람, 어느 골목, 어느 집, 어느 날씨
그럼에도 무엇 하나 이해 할 수 없었기에,
참으로 알게 모르게 기이한 현상이다.

비가 오려나 싶더니 구름이 개어졌다.
아차, 나는 날이 좋아 산책을 나온것이다.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장소를 옮겨 다녔다.
내가 옮겨진건지 내가 움직인건지는
확실치 않다.
내가 나를 옮긴게 맞는 말 같다.
나는 그렇게 어디를 향해 걷는것인가.
고민 하는 사이. 다시 나는 옮겨졌다.
이 몸뚱아리는 어디를 향하는것이지?
미치겠다. 모르겠다.
기억이 조각조각 끊기는게 무섭기도 했지만 그뿐,
나는 이 상황을 납득 하기 어려운 기색만 있었을 뿐이다.
곧장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근데, 여긴 어디지.
높은 건물과 동시에 낡은 건물이 들어서있다.
비몽사몽하며 몽롱한 기운 때문인지
앞이 잘 보이지 않았기에 주변에 보이는것은 그뿐이였다.
도심속의 어딘가 인것만 알것같다.
나는 대체 몇일을 걸어다녔던것인지
나는 대체 몇일을 잠에 들었던것인지
나는 대체 어디를 향하는것인지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것인지
나는 대체 어디를 어떻게 가야하는것인지
나는 대체 어떻게 이곳에 있는것인지
나는 당최 이해 할 수 없는것 투성이였다.

필름이 끊겼다
서울역 광장이였다
다시, 필름이 끊겼다
광화문 한가운데 였다.
다시, 필름이 끊겼다.
해가 떨어졌다. 어디인지는 모르겠다.
다시, 필름이 끊겼다.
공원 가로등 밑 벤치에 앉아 담배를 태우는중이다.
다시, 필름이 끊겼다.
한강의 어느 다리였다. 높고 춥고 해가 뜰듯 말듯 빛이 고개를 든다.
다시, 필름이 끊겼다.
8차선의 도로 한복판에 서있다.
다시, 필름이 끊겼다.
해가 중천에 올랐다. 눈이부셔 손으로 하늘을 가린다.
다시, 필름이 끊겼다.
백화점의 회전문을 돌고있었다. 몇바퀴를 돈건지는 모르겠다.
다시, 필름이 끊겼다.
해가 떨어진다. 지치는 기분이든다. 집으로 가야겠다.
다시, 필름이 끊겼다.
아파트 단지내의 벤치에서 담배를 피웠다. 익숙한 장소다.
다시, 필름이 끊겼다.
현관 앞에 서서 갈곳 잃은 손가락은 아마 비밀번호를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생각나지 않았다.
생각 나지 않았다.
생 각나지 않았다.
생각나 지않았다.
생각나지않 았다.
37.
521863,
126.
986129
생각났다.
...
..
.

이전 01화 추억 하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