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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지기 Jun 03. 2024

망각은 신의 배려이다

죽어야 할 날늘 수기로 적을때면 나는 세상과 참으로 멀어진다.

-망각은 신의 배려이다-






죽어야 할 날을 수기로 적을때면

나는 세상과 참으로 멀어지는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비로소 먼저 떠나간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극형- 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전선에 나섰으나

수류탄의 파편에 안구와 고막이 터지고

허벅지와 가슴에 총상을 입어 쓰러지며

손가락은 움직이질 않고 졸린듯 꿈을 꾸는 기분에

사경을 헤매이면서도

나는, 낙원에 머무는 꿈을 헤엄칠것이다.

그 마음은 참으로 슬픈 마음이다.

조국을 위해, 가족을 위해, 사랑을 위해, 명예를 위해, 미래를 위해.

남겨질 아해들을 위하여 전선으로 뛰어들었으나

결국, 수많은 전우들과 무덤위 비석에 이름으로 어깨를 나란히 맞추는구나

원치 않던 낙원이오나 아름다운 꽃밭이 시선 끝을 간지럽힌다.

이곳엔 당신과 우리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요.

..

전우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피냄새가 비릿하고도 보다 짙은 화약냄새가

코 끝을 찌르다 향긋한 냄새가 나를 찔러댄다.

무엇보다도.. 나는 피곤하고 졸리다.

-/-

어머니, 저는 점심에 약속이 있습니다

꼭 가야만 하는 약속이라

혹여, 제가 일어나지 못한들 저를 깨워줄 수 있을까요?

-\-

하하.. 애인 이라니요.. 그저 오랜 친구입니다

제게는 소중한 친구이자 스승입니다

제가 길을 잃을때면 늘 바른 길을 안내해주었고

그에 대한 안내를 해주던 친구입니다.

..

상처가 깊지만 심장을 관통하진 않았고

오른쪽 안구와 고막이 터졌지만

다른 한쪽은 기능을 잃지 않았다.

지혈을 잘한다면 적어도 불구가 된들 죽진 않을것이다.

나는 시야가 벌겋게 물들어 태양이 지구를 삼킨듯한 우주에 있는것만다.

소리는 쿵쿵대는 소리와 동굴 저 멀리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뿐이다.

..

피는 코끝을 타고 턱선을 지나 가슴으로 흐른다.

가슴에서 허리밑을 지나 무릎으로 흐른다.

그렇게 발 밑으로 피가 고임에, 그것을 반복해

가득 매운 욕조에 나는 잠기는 기분이다.

다시, 코끝을 찌르는 강력한 철의 냄새이다.

다시, 대장간에 강철을 두들기는 포화 소리이다.

-/-

아버지, 제가 도와드릴건 없습니까?

하하! 이정도쯤이야 별 것 없죠

다른것은 더 없읍니까? 맡겨주세요!

..

총알이 비처럼 쏟아진다 동시에 비도 내린다.

태풍이 불어 먼지가 날린다. 동시에 포격이 쏟아진다.

더는 화약냄새인지 피의 비린내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고

더는 여기가 전장인지 낙원인지 구분 할 수 없고

더는 사람인지 악마인지 구분 할 수 없었다.

나의 귓속 깊은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이다.

어쩌면 가슴속일지도 머릿속일지도 모른다.

소리는 목소리가 되어

그 말을 가로되 내게 이르길

..

'두려워 말라.'

..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동시에 천둥의 낙뢰가 나의 귀를 후려친다.

이명에 소리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러고는 천천히 조용해지려 한다

동시에 정신도 들 참이다.

사람을 죽였다. 아니 내가 죽이지 않았으면 내가 죽었을 것이다.

다만, 방금 내가 격발한 악마의 눈에는

나 조차도 악마 였을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악인에게 자비를 베푸는 은탄이요.

숨을 천천히 내뱉으며 숨이 끝에 닿을 때에

방아쇠를 당기며 속으로 말을 새김에.

'두려워 말라, 내 주님께 전해드리길 너희는 어린 양이요, 고통 없이 보냄에 평안한 안식을 내가 명 함에 주님 께서는 양에게 비탄 아닌 사랑으로 안아주소서.

비탄과 탄식, 통탄과 한탄의 길은 나에게 주소서

아멘-'

..

나는 목에 매고있는 십자가를 매만지며 중얼거린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늘로 받들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

혼잣말을 하다 전우가 정신 차리라며 담배 한대 입에 물려주어

나는 기어코 담배를 태운다. 깊게 니코틴을 들이키고선

후- 하고 내뱉는다.

나의 표정은 단언코 비참하다.

그러고는 모르쇠 한 마디 뱉길

-

후.. '아멘.'

..

-

-

내 옆에는 시체가 있다

전선에서 수차례 지원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다.

나는 더이상 적군과 아군을 식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전쟁은 끝났을지도 모른다.

1중대 전우들은 나를 빼고 모두 전사했다.

나는 버려진것인가. 나 마저 전사자로 보고 되었는가.

혹, 이미 패전 했기에 상부와의 교신이 끊긴것일지도 모른다.

모든것을 신뢰 할 수가 없다 스스로도 신뢰를 잃었다.

나는 전우를 죽였다. 나를 죽일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나는 길을 잃었다. 세상을 잃고 나를 잃었다.

사소한 오해였더라 해도

그것은 일방적인 오해이다.

조각난 파편들은 이어붙여도 결국 깨진 유리이다.

창밖은 빛이 굴절되어 보석같으며 아름답도다

그 밖은 볼 수가 없으면서도

편향된 사고이다.

나는 반쪽만 살아있으며

나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적이 없는 전쟁이려나

나는 갈팡질팡한다.

무섭고 괴롭고 두렵고 초조하고 쓰라리고 외롭고 아프고 절망적이고도 외롭고 공허하다.

나의 투쟁이다.

나의 낙원이다.

물이 되어 총알이 빗발치고

먼지들이 자욱한 화약이다

화약이 자욱한 먼지이다.

무엇이 그름이고 옳고 이드나.

나는 알 도리가 없다.

귀가 터질것같다 아니, 이미 터졌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터진것이다.

혹은 이 전에 터진것이다.

-/-

어머니,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

아버지, 나의 영웅, 슈퍼맨, 아이언 자이언트

산채로 곁으로 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올린 기도 입니다.

...

..

.

p.s

오늘도 술에 취해 글을 쓰고 그립니다.

저는 몸도 마음도 무척 아픈 요즘입니다.

우선 알려드리고 싶은 점으로는

손가락에 치명적 부상이 있어 전의를 잃었습니다.

더는 그리고싶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글과도 멀어지며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졸작들만 늘어나니 자신감도 잃었습니다.

그렇게 몇일을 무기력하게 살다보니

모든것에 게을러졌습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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