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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보람 Jan 21. 2023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결과로 그 사람의 삶을 넘겨짚지 마세요


   오늘은 자리에서 일찍 일어나지 않았다. 연휴 첫날이니 해가 중천에 뜨고 느지막이 11시 반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쉬기만 하는 일과가 한 치 오차 없이 똑같다 보니 세월이 가면서 체력이 떨어지는 것도 잘 모르겠다. 눈을 뜨면 보이는 하얀 천장을 가만히 응시하다 몸을 돌려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난다. 핸드폰은 밤새 조용했다. 새롭게 도착한 카톡 하나조차 보이지 않는 고요한 상태가 유지된다.



  돈을 벌지 않아도 나름대로 열심히 삶을 꾸려가지만 종종 염세적인 사람이 된다. 지금 이렇게 될 줄 알았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다. 대학만 가면 노력하지 않아도 연인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는 스물다섯에 결혼을 하고, 스물일곱 엔 아기 엄마가 되어있을 줄 알았다. 순수한 시절에 할 수 있었던 상상이다. 실제 나의 스물다섯은 알바를 4개나 하느라 바빴고, 스물일곱 엔 회사 막내였다. 자신을 가꾸고 이성에게 다가가려는 노력 없이는 커플이 될 수 없다. 이젠 스물 하고도 강산이 한 번 바뀌었지만 아직 어른이 아닌 것 같다. 



   서른 이후에 꾸준히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나이를 물어보며 왜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냐느니, 그 나이에 이런 일을 하면 되냐는 둥 쓸데없는 이야기를 은근한 표정으로 한다. 지금 마주한 결과가 보잘것없어 보이더라도 그 과정은 이런 결과를 위한 과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의 삶이 힘들지 않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힘들다고 할 것이다. 현실이 마음에 안 들고 힘들 때도 많지만, 다들 발버둥과 안간힘으로 매일을 살아간다. 



   사람을 후려 치는(?) 이야기는 면접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된다. 지금까지 뭐 하며 살았냐는 말에 몇 마디로 간략히 줄여 내 삶을 얘기했지만 면접관은 영 알쏭달쏭한 표정이었다. 누군가가 완벽히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살았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다른 사람을 납득시키기 위해 살지 않는다. 누군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더라도 내가 그 사람 본인이 아닌 이상 모든 것을 공감할 수는 없다. 그저 공감할 수 있는 어느 한 부분에 100%의 마음을 건넬 뿐이다. 



   물 흐르듯 고요하고 파도가 치지 않는 삶이 좋은 삶일까? 정답은 나도 모른다. 그런 삶을 살아본 적 없기에 어떤 모습일지도 상상할 수 없다. 세상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의 생김새만큼 많은 사람의 삶이 있다. 나는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겁다. 내 마음속에서 누군가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한 적도 있지만 그때마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에게 상기한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 사람의 삶 100%를 알지 못한다. 그 사람의 인생 전부를 알더라도 삶은 그의 맥락에 따른 선택이지 타인인 내가 판단할 대상이 아니다. 나는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의 삶을 인정한다. 비난할 필요도 없다. 그 사람은 내가 아니기에 그 사람의 선택을 비난한다고 내 삶에서 달라지는 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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