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 싱여행기 7화 - 그녀의 초능력

마법의 반지

by 붱draw

시조부모님 댁에는 격주에 한 번씩 도우미가 다녀가신다.

예전에 그분을 두 번 만난 적이 있었고,

이번에 세 번째로 그녀를 만나게 됐다.

그녀의 이름은 안드레아.

왠지 우주 영화에 나오는 공주 이름 같다고 생각했다.


초인종이 울리자, 나는 문을 열고 그녀를 맞았다.


안드레아는 여전히 깡마른 체구에 반짝이는 파란 눈을 갖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드레아.”


“오~ 반가워! 와 있다고 들었어.”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할머니께서 안드레아와 이야기 나누기 시작하셨다.


할아버지는 안드레아가 말이 많다며 탐탁지 않아 하셨지만,

할머니께서는 안드레아가 30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이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멋진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다.


안드레아가 오기 전,

할머니께서는 나와 디스코(고양이 아들 시스코와 고양이 딸 데이지)가 머무는 방을

청소해도 되겠냐고 물어보셨다. 방이 한 번쯤 정리되는 건 괜찮을 것 같았지만,

나는 디스코를 다른 공간으로 옮기는 번거로움과

문이 열려 있는 동안 할아버지의 고양이 아다카스와 마주칠 가능성을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에 청소해 주시길 부탁드렸다.


안드레아에게 설명하자 그녀는 흔쾌히 이해하면서도

디스코를 꼭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디스코가 안드레아를 반갑게 맞이할 거라 믿고,

기꺼이 방문을 열어 드렸다.


그리고 곧 그녀의 놀라운 능력을 발견했다.




8월의 마지막 날,

남편이 먼저 싱가포르로 떠난 주의 일요일이었다.


할머니의 조카 부부 리사와 크레그가 오셨다.

두 분을 만난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크레그가 해물 파에야 요리까지 해 주셔서 감사했다.


요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Say Cheese~! (찰칵~!)


크레그가 요리하는 동안,

나는 할머니와 리사와 함께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바탕 웃음소리가 파에야 향에 섞여 퍼지고, 잠시 대화가 멈췄다.


그때 할머니께서 오른손 약지에 끼고 계시던 반지를 빼시며

내게 끼어보라고 하셨다.

지난 크리스마스 가족 모임 때도 내게 끼어보라고 하셨던 바로 그 반지였다.


나는 왼손 검지에 반지를 끼어 보았다.


“거기에 딱 맞네. 이제 네 거야.”


예상치 못한 말씀에 깜짝 놀라 말했다.


“할머니, 전에 이 반지 껴보라고 하시면서 때가 되면 준다고 하셨잖아요.”


“지금이 그 때야.”


울음이 터져 나와 말을 잇지 못한 채,

할머니를 와락 끌어안았다.


할머니는 이 반지가 자신의 어머님의 결혼반지였다고 알려주셨다.


그 순간,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말로도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리사 역시 옆에서 눈물을 훔치는 듯했다.

소중한 순간을 함께해 준 것에 감사하며 미소를 보냈다.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해 보니,

힘든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던 나를 격려하기 위해,

할머니께서 ‘그때’를 조금 앞당기셨던 게 아닐까 싶었다.


진정한 의미는 할머니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눠야 알 수 있겠지만,

확실한 건 이 반지를 끼고 난 후,

할머니께 사랑과 축복을 받았다는 믿음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반지를 볼 때마다 할머니와 연결돼 있다는 안정감도 느껴졌다.




디스코가 있는 방에 들어간 안드레아는 아이들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시스코~, 데이지~”


고양이 딸 데이지와 고양이 아들 시스코


보통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디스코는 침대 아래에 숨어버리지만,

안드레아에게만큼은 매우 우호적이었다.

시스코와 데이지는 그녀의 손에 코를 대고 자신들의 체취를 남겼다.


시스코: ”이 사람 누구지? 좋은 냄새가 나.”

데이지: “나도 좋아.”


“아이들이 당신을 좋아하네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을 아이들이 알아보는 거지.”


그녀의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안드레아는 시스코와 데이지를 번갈아 쓰다듬고 안아 주었다.

데이지의 골골송은 은은했고,

시스코의 골골송은 떨어져 있는 내게도 들릴 만큼 우렁찼다.


“싱가포르로 간다고?”


“네, 아이들 건강증명서가 제때 도착하면 수요일에 가요”


“아이들을 데리고?”


“네, 같이요.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아이고, 시스코가 비행을 힘들어할 텐데… 차 타는 거 무서워하잖아.”


“아니, 그걸 어떻게 아세요?


“동물을 안아보면 성향이나 성격을 바로 알 수 있어.”


나는 그녀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와, 정말 놀라운 능력이에요. 안드레아.”


그 후, 나는 안드레아의 능력을

할머니, 할아버지, 막내 시동생 부부, 시어머니와 이모님, 그리고 남편에게 말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지만,

나는 그녀의 능력이 ‘초능력’이라 믿었다.




예전에 할머니의 어머님, 쿤할머니는 어떤 분이셨는지 물은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잠시 생각하시곤 말씀하셨다.


"쿤할머니는 밝으셨고,

사람들의 좋은 점을 잘 알아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어.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치에 맞지 않는 상황을 보면,

유머러스하게 지적해서 편안하게 해결할 수 있는 지혜도 갖고 계셨지.”


안드레아의 초능력에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는 것이 조금 야속했지만,

괜찮았다.

할머니께서 주신 마법의 반지를 통해

쿤할머니의 ‘사람들의 장점을 알아보는 능력’을 이어받았으니.


반지를 끼고 다니며 조금씩 할머니의 지혜를 전수받을 수 있기를.




디스코 싱여행기 8화가 곧 이어집니다. 비행 전, 디스코가 특별한 손님을 맞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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