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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Feb 01. 2021

나의아저씨 13화

괜찮은 사람이에요 엄청, 좋은 사람이에요

1.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마음의 돌다리를 밟으면서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만그만하게.




  둘이 걷는다. 시내를.


 처음이네 왠일로 이렇게 천천히 걸어요.

 안 춥잖아!

 

들어가!

한 번 안아봐도 되요?

힘내라고, 한 번 안아주고 싶어서요.

힘나. 고마워!


 이 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랑도 아니고 사귀는 것도 아니고, 안 사귀는 것도 아니고.


2.

 박동훈은 집에 돌아온다. 아내가 오랜만에 차를 마시자고 한다.  둘이 부부인데도 앉아 있는 것이 어색하다. 


이지안은 박동훈이 존경스럽고 회사에 다니는 것이 벅차다고 말했다. 윗선에서는 좋은 직장상사로 기억되었고, 불륜이나 나쁜 관계로 가지 않았던 것이 증명되었다. 


3.

  인생 종치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앉아있어.

  너 부장님도 알고 계시니? 


4.

  동훈의 아내 강윤희는 동훈의 동생에게 바람피운 사실을 들킨다. 동훈의 형 박상훈(49)과 박기훈(42, 송새벽)은 괴로워 한다.  형제 셋이 모여서 신세한탈을 하다가 정희네로 자리를 옮긴다. 


출처:나의 아저씨 등장인물관계도 및 줄거리 볼까나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박기훈을 사랑하는 유라는 정희네 집에서 박기훈을 기다리지만 도무지 오지를 않는다. 유라는 3일 째 연애중인데, 전화를 받지 않는 셋을 보고 투덜거린다.  축구팀들은 이 셋이 어디로 증발한 것인지 투덜거린다.

  

  이 동네 불행은 아도치고 있어서.....정희의 말이다. 


 


 최유라는 철부지처럼 동훈의 동생 기훈을 사랑한다. 단순한 사랑은 어쩌면 아름답기 까지 하다. 사랑은 복잡한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하든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단순한 사랑을 늘 꿈꾸지 않는가. 복잡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동훈: 너 내가 깽판치면 더 쉬원하지!  

기훈: 어, 형 병나 죽을 까봐 더 괴로워.


  제수씨 변호사 강윤희의 외도에 괴로워 하는 것은 형제들이다. 형제 셋이서 동훈의 가족이 그 모양이 된 것이 힘겹고 버겁다.  '아버지가 해준말,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동훈은 형제들끼리 이지경이 된 것을 괴롭다. 

  지안은 그런 괴로운 얘기를 감청한다. 


  박상훈은 제수씨 강윤희에게 전화를 한다.


 '제수씨 죄송합니다. 혼자 고생하시고, 진짜 죄송합니다. 전요, 제 동생이 이 얘기를 아무한테도 안했고, 혼자 마음아파 했다는 것이 너무 많이 힘듭니다. 제수씨를 그만큼 사랑한다는 뜻이죠.'

 박기훈은 유라에게 하소연을 한다. 하지만 영문을 알 수 없는 유라는 기훈에게 배웠던 욕을 한바가지 쏟아낸다. 

  '오늘 한 영혼이 파괴되었고, 내 마음이 찢어지고!'


5.



  PC방에서 송기범은 게임중이지만 경찰이 닥친 것에 낌새를 차린다. 기범이 경찰에게 도주할 동안 기범의 집은 이광일에게 털린다. 이광일에게 기범의 집이 털리자 마자 한 발 늦은 경찰이 기범이 집에서 뭔가를 찾지만 광일이 이미 컴퓨터를 훔쳐간 상태다. 이 상황을 지안은 듣고 있다. 사건이 터진 것이다.


6. 

  지안은 이 상황이 무엇보다 힘들고 버겁다. 


[내일 인터뷰 잘하세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안이 동훈에게 보낸 문자를 차안에서 본다. 동훈이 저도 모르게 입에서 '고맙다'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문자해 고맙다고.

  

죽고 싶은 와중에 죽지마라.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다. 화이팅 해라. 그렇게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이 쉬어저. 


뭐 그렇다고 고맙다는 말도 못해. 죽지 않고 숨쉬게 해주는데 그런 말도 못해.


고맙다 옆에 있어 주어줘서. 


  지안은 방안에 쪼그려 앉아서 동훈의 말을 듣는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온다. 지안도 현실을 버티기는 동훈 못지 않다. 어둠의 숲속에 파란색 대문을 가방을 메고 나온다.  달동네 계단을 나온다. 멀리 아파트가 즐비해 있는 것이 보인다. 


7. 

  정희네집에서 정희가 세련되게 옷을 차려입고 집을 나선다. 사찰을 향해서 가는 것이다. 사찰의 미닫이 문을 연다. 신도들이 앉아 있다. 


겸의 법문

 '세상 사람들은 밖에 있는 것이 내 마음을 즐겁게 하고 힘들게 한다. 내 속에 있는 것을 밖에서 본다. 내심외경. 인간은 다 열망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밖에서 봅니다. 내 마음이 좋으면 밖에 싫은 것이 하나도 없어요.' 



 나 온몸이 다 아파 아침에 눈떠지는 것이 싫고. 눈뜨면 눈물만 날 것 같아.

그만 와 나 혼자 늙어죽기 싫어. 그만 와! 

내려와 여기 확 다 불질러 버리기 전에 내려와.


  정희가 눈물을 한 참 흘리며 한바탕 겸에게 하고간다. 겸의 마음이 편할리가 없다. 


  사랑이 떠나고, 수도를 한 들 무엇이 소용일까. 사랑을 힘들게 하고, 아무리 공부한들 무엇이 소용일까. 사랑을 버리고 아무리 많은 돈을 번들, 아무리 좋은 집을 얻고 좋은 차를 몰고 다닌들 무슨 소용일까. 그리도 사랑은 사람을 힘들게 하는가. 기쁨을 가진 만큼.


8.

  이지안의 출근하지 않았다. 유난히도 신경이 쓰이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동훈은 지안이 건네준 슬리퍼를 꺼내본다. 


  동훈은 지안이 마음이 걸린다. 왜 그만 둔 것일까. 어째서 출근하지 않는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이지안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직원들에게 부탁을 해서 전화를 해도 전화를 받지 않고. 


 한 사람이 사라져도 이렇게 걱정스럽고 힘들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가족이 떠나고, 자식들이 증발했다면 그 사람은 세상을 견디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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