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완벽주의 엄마라서
아기를 키우면서 육아서를 한 100권은 본 것 같다.
처음이라 더 그랬겠지만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저렇게 하면 큰일 나는 것 아닐까?
걱정되고 신경 쓰이는 것 투성이에 되는 궁금한 것이 매일매일 한 바가지씩 생겨서 내가 가장 믿는 구석인 책을 엄청 보면서 책에 나온 데로 다 하려고 애썼다.
아기 키울 때 제일 큰 일은 역시 먹이기와 재우기이다.
첫 번째는 먹이기- 개월수에 맞춰서 분유를 몇 시간마다, 몇 미리씩 꼬박꼬박!
우리 꼬물이는 꽤 잘 먹는 아기였지만 사실 정량대로 매번 먹이기 쉽지 않았다. 젖병 물려 놓고 춤추고 노래하고 온갖 노력을 해가며 겨우겨우 정량대로 먹였더니 세상에나 돌 때쯤 되니 아기가 몸무게 상위 99프로 뚱땡이 아기가 되었다.
오잉?? 정량대로 안 먹이면 영양과 열량이 부족해서 빼빼 마르고 잘 못 클까 봐 모유, 분유, 이유식 바꿔가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먹이려고 애써서 먹였는데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 거였어?!
두 번째로는 재우기- 낮잠 시간 밤잠 시간 꼬박꼬박 재우기!
꼬물이는 산후 조리원에서 집에 데리고 오는 첫날부터 중간에 젖도 먹지 않고 7시간을 연속으로 자서 걱정돼서 조리원에 전화해보고 했을 만큼 잘 자는 아기였다. 그리고 백일 쯔음부터 밤에 12시쯤 분유를 한통 먹여 놓으면 아침까지 거의 깨지 않고 잤다. (뭣도 모르는 어린 아기 때 더 잘 잤던 우리 꼬물이)
그렇다 하더라도 같은 시간에 매일매일 일정하게 낮잠과 밤잠을 재우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기들은 생각보다 꽤 빨리 세상에 눈을 뜨고, 호기심이 생기는데 한번 세상재미를 본 아기는 좀처럼 잠들고 싶어 하지를 않았다.
이때 나의 구세주 바로바로 아기띠~~
더 놀고 싶어서 안 자고 요리조리 도망가는 꼬물이를 아기띠 속에 쏙 집어넣어서 내 배로 뜨뜻하게 데워 주고, 아기띠에 달린 덮개 같은 천으로 아기 얼굴 쪽을 살짝 덮으면 보이지도 않고 따뜻하고 흔들흔들거리게 된 꼬물이는 거부할 수 없이 반강제 취침모드가 되었다.
먹이고 재우는데 너무 열중하고 집착해서 이런 날도 있었다.
친정에서 가족 모임이 있어 다 같이 외식을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밥 잘 먹다 말고 내가 벌떡 일어나서
아기 의자에서 꼬물거리면서 잘 노는 꼬물이를 갑자기 아기띠 속에 집어넣고
"다들 안녕~우린 이만 자러 갈게. 8시라서~~" 이랬더니 아빠가 깜짝 놀란 눈으로 장난이냐고 진짜로 가냐고 몇 번이나 물어보았고 나는 당연히 진짜지~라면서 뒤도 안 돌아보고 당당하게 집으로 갔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잘 먹고 잘 자는 아기라 그렇게 책대로 꼭- 무조건 안 해도 괜찮았는데..
아기 재우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결혼해서 따로 사는 자식들과 모처럼 외식하며 기분 내는 부모님의 시간도 중요했던 건데 싶다.
친정 아빠랑 그렇게 다 같이 외식하는 날이 끝도 없이 앞으로도 많을 줄 알았겠지. 사실 아빠와의 그런 시간들이 몇 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면 아무리 나라도 그날 그렇게 벌떡 일어나 나오지는 않았겠지.
지금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면 그날 하루쯤은 꼬물이가 몇 미리 먹는지, 몇 분 잤는지, 언제 자야 하는지 체크한다고 정신 팔려있지 않고 우리 귀여운 꼬물이 먹는 모습, 자는 모습, 노는 모습을 실컷 보고 마음껏 자랑할 것 같다.
이것 봐라~~ 우리 아기 이쁘지~? 귀엽지~? 하면서.